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침을 열며] 학교가 행복한 공간이 되려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아침을 열며] 학교가 행복한 공간이 되려면

입력
2011.12.12 12:01
0 0

어렸을 적 즐겨 듣던 옛날 노래 중에 '컨트리 로드'라는 곡이 있다. 그 노래 가사에 나오는 블루 릿지 산맥과 새난도 강이 흐르는 버지니아 주의 작은 도시인 로녹 신문에 실린 패트리샤 스마일리 교사의 일화는 감동적이다. 34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일해온 스마일리는 자신이 맡은 아이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도록 한다. 그는 학생들이 쓴 편지를 잘 간직해두었다가, 이들이 고교를 졸업할 무렵에 우편으로 되보내준다. 고3의 어느 날,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7~8년 전 쓴 '나의 꿈'에 대한 나의 글을 다시 보내 주시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샤론 레이미 교수의 생생한 증언

자신의 인생을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 만이 지을 수 있는 마음으로부터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스마일리가 말한다. "매일 아침 교실 앞에 서서 학교에 오는 아이들 하나하나와 인사를 나눌 때가 정말로 행복해요. 학생들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가장 큰 보상입니다."

나는 연구년을 맞아 로녹에 있는 버지니아텍에서 리드 몬타규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간된 (Why choose this book)의 저자 몬타규는 사회신경과학의 권위자로서 의사결정의 뇌과학 연구에 초점을 두고 활발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몬타규 뿐만 아니라 40년 동안 다양한 종단연구를 실행해온 발달심리학자인 샤론 레이미 교수 등이 여러 젊은 신경과학자와 심리학자들과 함께 5,000명 이상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엄청난 규모의 인간발달에 대한 뇌과학적 종단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통찰력과 리더십이 뛰어난 샤론 레이미 교수가 종단연구 회의를 하다가 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눈을 반짝이며 "학교에 다닐 때에 정말로 행복했다"고 말한다. "학교가 너무 좋아서, 방학이 되면 침울해지곤 했지요. 학교에 가야 친구들도 만나고 재미있는 일들이 있으니까요."

학교 다니는 것이 재미있다니.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어 물었다. "초등학교는 그렇다 치고, 중고등학교 때에도 학교가 재미있었나요?"

레이미 교수의 대답. "나는 어려서부터 가르치는 일이 매우 흥미 있었어요. 잘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서 배우다 보니, 나도 가르치는 일이 좋아진 것 같아요. 고교 때에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일이 너무 해보고 싶어서 친한 친구들과 네 명이 가르치는 그룹을 조직해서 우리에게 배울 학생들을 모집했어요. 교장선생님에게 우리들이 장소를 구할 수 있는지 의논 드렸더니, 교장실 옆의 작은 방을 내주셨어요. 나와 친구들은 그곳에서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며 놀았지요. 그런데 어떻게 학교가 좋지 않을 수 있겠어요? 집에 있으면 그런 놀이를 할 수 없는데."

나는 다시 "혹시 특별히 좋은 학교를 졸업한 것은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내가 졸업한 학교는 그냥 평범한 미국의 공립학교였어요. 미국의 선생님들은 정말 열심히 가르쳐요."

먼저 교사들을 살려라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 좋은 학교 만들기에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좋은 학교 만들기를 복잡하게 생각하면 끝이 없지만, 역시 핵심은 교사다. 어제 한국일보가 보도한 조도고의 김빛나양의 사연도 우리에게 교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사건'이다. 전교생 28명의 낙도 학교에서 개교 30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대 합격생이 나온 배경엔 역시 훌륭한 선생님이 있었다.

훌륭한 교사들이 나타나고, 이들을 통해 훌륭한 인재들이 다시 교사의 길로 들어선다면 우리의 미래는 참으로 희망적이다. 교육정책의 촛점은 훌륭한 교사가 쏟아져 나오도록 하는데 맞춰져야만 한다. 공교육은 사교육을 억압한다고 해서 저절로 살아나지 않는다. 공교육을 살리려면 교사를 먼저 살려야 한다.

김은주 연세대 교육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