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대 경제성장률을 포기했다. 정부는 어제 발표한 '2012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9월 예산안 작성 때의 4.5%에서 불과 2개월여 만에 3.7%로 대폭 낮췄다. 유럽 재정위기 등에 따라 성장률 전망의 하향 조정은 예상됐다. 그래도 가장 보수적인 한국은행의 최근 전망치 3.7%보다는 높아 4%에 이르거나 육박할 걸로 보였다. 보통 정부의 재정정책 등에 따라 보수적 전망치에 '+∝' 정도의 추가 성장 여력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런 여지조차 두지 못했다.
무엇보다 수출 여건이 너무 좋지 않다.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연합(EU)은 물론 미국과 중국 역시 경기 둔화와 침체 가능성을 오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ㆍ입 증가율도 올해 19.2%, 23.2%에서 내년엔 각각 7.4%, 8.4%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민간소비 증가율이 올해 2.5%에서 내년 3.1%로 높아지면서 수출ㆍ입 감소분을 보전하길 기대하고 있지만, 가계부채 등을 감안할 때 견조한 소비 증가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기업 투자에 기댈 여지 역시 적다.
비관적이라도 전망대로만 경제가 굴러갈 수 있다면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세계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게 문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상반기에 성장률이 1~2%로 급락할 경우 추경과 같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악의 경우 균형재정 달성이나 물가 등 정책 기본목표가 모두 흔들리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보니 성장률 전망이나 목표 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다. 그보다는 재정 상반기 조기 집행 등을 통한 경기 활성화와 민생 안정에 초점을 두면서 위기 관리에 주력하는 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다만 내년엔 불확실한 경제 여건이 정권 교체기의 어수선한 상황과 맞물리면서 정책의 적극성이 떨어지기 쉬울 것으로 예상된다. 임기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도록 정부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하겠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