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이동.'
테니스 전문가들은 2011 남자프로테니스를 요약하면 이렇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형택 테니스아카데미재단 이사장은 "단순한 지각변동만으로는 올 시즌 판도변화를 온전하게 짚어내지 못한다"며 "세대교체까지는 아니지만 로저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이 지배하던 시대는 분명 저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수 JSM아카데미 원장도 "만년 랭킹 3위 노박 조코비치가 3개의 메이저대회를 휩쓴 반면 테니스 황제 페더러가 7년 만에 메이저 무관에 그친 것이 이같은 권력이동을 대변했다"고 강조했다.
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가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2011 올해의 역전승 톱5' 경기를 발표했다. 여기에서도 테니스의 권력이동 키워드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중 페더러가 두 차례 역전패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이형택 이사장은 "페더러가 1,2세트를 이기고 난 뒤 역전패 당한다는 것은 수개월전 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조코비치-페더러(US오픈 4강)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US오픈 결승길목에서 조코비치와 페더러가 만났다. 조코비치가 1,2세트를 6-7, 4-6으로 내주고 짐을 싸는 분위기였다. 조코비치는 그러나 3세트를 6-3으로 따낸 데 이어 4,5세트를 6-2, 7-5로 잡고 거함 페더러를 침몰시켰다. 페더러로서는 윔블던 8강에서 조 윌프레드 총가에게 2-3으로 무너진 이후 두 번째 당한 치욕의 역전패였다.
총가-페더러(윔블던 8강)
178승 무패. 페더러가 4대 메이저대회에서 1,2 세트를 따낸 뒤 승리한 전적이다. 그만큼 그의 사전엔 역전패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기록은 윔블던 8강에서 총가에 의해 깨졌다. 총가는 3-6, 6-7로 두 세트를 내줬으나 6-4, 6-4, 6-4로 경기를 뒤집고 4강에 올랐다.
이반 도디그-나달(몬트리올 오픈 2회전)
메이저대회 우승컵만 10개를 쓸어 담은 나달이 ATP 1000 몬트리올 오픈 2회전에서 랭킹 41위 도디그에 1-2 역전패 당한 것이 세 번째로 꼽혔다. 도디그는 첫 세트를 1-6으로 무너졌으나 나머지 두 세트를 7-6, 7-6으로 따내 대어를 낚는데 성공했다. 무명의 화려한 반란이었다.
앤디 머레이-빅토르 트로이키(프랑스 오픈 4회전)
당초 머레이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그러나 머레이는 두 세트를 트로이키에 4-6, 4-6으로 내주고 벼랑끝으로 떠밀렸다. 머레이는 4,5세트를 따내 2-2 균형을 맞췄으나 5세트에서도 게임스코어 2-5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머레이는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켜 3-5로 따라붙은 뒤 7-5로 경기를 마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로빈 소더링-레이튼 휴이트(윔블던 2회전)
소더링이 6-7, 3-6으로 불과 94분만에 1,2세트를 내줬다. 소더링의 진가는 3세트부터 발휘됐다. 3세트 게임스코어 5-5에서 소더링은 처음으로 휴이트의 서브게임을 따내며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결국 7-5로 3세트를 가져온 소더링은 나머지 두 세트도 6-4, 6-4로 때내 윔블던 3회전에 올랐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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