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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시작은 창대하나 나중은 심히 미약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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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시작은 창대하나 나중은 심히 미약하리니

입력
2011.12.1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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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창대하나 나중은 심히 미약하리라.' 정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경구다. 성경에선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고 했다. 세상 이치가 그렇다. 처음은 미약하지만 땀 흘리고 노력하면 창대해지는 법이다. 허나 정치는 그 반대다. 대한민국에서 정치해서 마지막에 창대해지는 '꼴'을 보지 못했다.

그건 대통령이란 자리부터 그렇다. 처음 그 자리에 앉을 때는 창대한데 임기가 1년쯤 남게 되면 심히 미약해진다. 물러날 때쯤이면 자신의 운명을 자신도 모를 지경이 되는 것이 대통령의 자리다. 그런 이유로 우리에겐 한번도 박수로 떠나보낸 대통령이 없었다.

집권 여당이라고 하는 한나라당 대표 자리도 마찬가지다. 쫓겨나다시피 당대표 자리를 떠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이웃과 가족으로부터 존경받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왜 정치를 해서 국민적인 망신을 사나 싶다. 야당 대표들도 그렇다.

학자로, 언론인으로 제자리를 지켰다면 사회지도자가 되었을 사람들이 이전투구의 모습만 보여주니 무슨 밥풀 같은 존경심이라도 남아있겠는가, 쯧쯧. 그러니 축지법을 쓴다는 사람까지 나와 덩달아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니 정치바람이 불고 있다. 불나방들이 타 죽을지 모르면서 그 바람에 날려 불로 뛰어들고 있다. 마지막엔 미약해질 그 자리를 위해, 펄펄.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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