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연봉 15억원'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일본에서 돌아온 김태균(29)이 12일 대전 유성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한화와 1년간 연봉 15억원에 계약했다. 옵션 없이 순수 보장금액이 15억원. 이는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연봉이다. 선수 연봉이 10억원을 넘은 것도 프로야구 출범 30년 만에 처음이다.
종전 최고액은 지난 5일 삼성으로 복귀한 이승엽의 1년간 8억원(옵션 3억원 포함 총액 11억원)이었다. 이승엽 이전의 최고 연봉은 2004년 말 심정수가 현대에서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세운 7억5,000만원이다. 산술적으로 내년 시즌 김태균은 '1경기 1,000만원' 이상의 최고 대우를 받는 셈이다.
김승연 회장의 '통 큰' 베팅
지난 8월 잠실구장은 찾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김태균을 잡겠다"고 팬들 앞에서 직접 약속했다. 이때부터 역대 최고 연봉은 기정 사실화됐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연봉 15억원은 모든 이들의 예상을 뛰어 넘는 파격적인 대우였다. 한화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던 옵션 5억원을 연봉 액수에 전격 포함시켰다. 김태균에게 부담감 대신 책임감을 주자는 의미였다. 말 그대로 '통 큰' 베팅이다.
김태균이 국내 무대를 충분히 평정할 수 있다는 구단의 믿음도 크게 작용했다. 비록 올시즌 부진했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지바 롯데에서 타율 2할6푼8리 21홈런 92타점을 올린 것을 고려하면 국내 무대에서 활약이 가장 기대되는 해외파 선수다. 나이도 내년 시즌에 만 30세가 된다. 타자로서는 가장 '물'이 올랐을 때다.
김태균은 "과분한 대우를 해주신 김승연 회장님께 먼저 감사 드린다"며 "한대화 감독님을 잘 모셔 반드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몸 상태는 100%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연봉에 걸맞은 성적이 얼마만큼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당연히 역대 최고 성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KIA 윤석민과 제대로 맞붙고 싶다. (이)승엽이형과 홈런왕 경쟁도 펼쳐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김태균의 복귀로 한화는 만년 하위팀에서 단숨에 상위권을 노리는 복병으로 부상했다. 한대화 한화 감독은 장성호-김태균-최진행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완성할 계획. 한화는 내년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모든 것을 걸 각오다.
15억원, 과연 합당한 연봉일까
국내 프로스포츠가 연봉 10억원 이상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시장이 성숙했을까. TV 중계권료나 광고 수입이 더 이상 올라가기 쉽지 않은 구조에서 연봉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국내 복귀파를 주로 문제 삼는다. 일본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 없는 선수들에게 공항에서 '금 목걸이' 걸어 주듯 너무 큰 돈을 뿌려 국내 야구계의 몸값을 크게 올려놓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프로야구의 경우 팀 당 선수 규모가 80명에 이른다. 그만큼 큰 조직이다. 어차피 선수들에게 나눠지는 연봉 파이는 한정돼 있다. 잘 나가는 선수 한 명에게 연봉 총액의 40% 이상을 쓰는 게 과연 합당하냐는 반론이다.
복귀파의 허울뿐인 1년 계약도 문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에는 해외에서 국내로 돌아오는 선수는 1년 계약만 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복귀파들이 다년 계약을 하고 겉으로는 1년 계약으로 발표하는 게 공공연한 사실. 김태균이 한화와 70억~80억원대의 다년 계약을 했을 가능성도 커 보이는 이유다.
대전=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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