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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훤 기자의 부동산 카페] '9·11 트라우마'에 갇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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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훤 기자의 부동산 카페] '9·11 트라우마'에 갇힌 현실

입력
2011.12.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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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 지어질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최근 9ㆍ11 테러를 연상시킨다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논란은 영국의 대중일간지가 용산 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를 디자인한 네덜란드 업체의 설계안이 2001년 9ㆍ11 테러 당시 항공기 충돌로 무너져 내린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와 닮아 유족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는 보도에서 시작돼(한국일보 12월12일자 2면) 이내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네티즌들에게 번졌습니다.

두 개의 사각 고층 건물 (60층과 54층)을 중간층(27~37층)에서 구름 모양으로 형상화한 디자인이 마치 9ㆍ11테러 때 항공기 충돌 직후 WTC빌딩에서 화염과 먼지, 건물 잔해를 쏟아져 내리던 모습과 흡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해당 업체는 유족의 반발에 대해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디자인 때문에 가슴 아파했을 모든 분께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만 설계를 변경할 뜻은 없는 듯 합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용산 주상복합의 조감도와 테러 당시 WTC의 모습을 나란히 게재하고 있어 누구나 확인 비교할 수가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닮았고, 또 어찌 보면 그렇지 않고. 기사에 대한 전세계 네티즌들의 반응 역시 테러를 연상시키고 유족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나쁜 설계'라는 반응과 건축가의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양분된 듯 합니다.

만일 설계회사가 테러의 충격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면 제 아무리 멋들어진 디자인이라도 좋은 설계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쌍둥이 빌딩을 구름 형태로 하나로 잇는 설계에 대해 9ㆍ11 테러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만으로 '나쁜 설계'로 낙인 찍는 것은 건축이 가진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입니다. 특히 설계자는 "9ㆍ11 이후 사람들에게 각인된 쌍둥이빌딩에 대한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싶었다"고 밝힌 점도 설계의도에 악의가 없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도심의 가용토지가 갈수록 부족해지는 현실에서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지상 공간을 연결해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만큼 앞으로 이와 유사한 설계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건축계의 견해입니다.

9ㆍ11 테러는 분명 지울 수 없는 슬픈 역사입니다. 하지만 그 트라우마에 갇혀 새로운 빌딩 창작이 제약을 받는 것 또한 많은 것을 놓치게 되는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겠지요.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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