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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어선 난동 해경 순직/ 갈수록 흉포화하는 불법조업 중국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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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어선 난동 해경 순직/ 갈수록 흉포화하는 불법조업 중국어선

입력
2011.12.1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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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파이프와 도끼로 무장한 중국 선원들의 저항은 격렬하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하다. 마치 해적을 보는 것 같다."

12일 오전 불법 조업 중국 어선을 나포하던 중 사망한 이청호(41) 경장의 소식을 접한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의 한 관계자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갈수록 흉포화하는 중국 어선들이 언젠가는 큰 사고를 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언젠가 터질 줄 알았죠. 오늘의 중국 어선은 어제의 중국 어선이 아닙니다"라며 "중국 어선의 한국 영해 침범을 외교적으로 막는 노력 없이 물리적 단속만 계속할 경우 중국 어선의 폭력성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의 불법 조업 단속에 맞서는 중국 어선들이 죽봉과 쇠파이프, 쇠도끼 등으로 중무장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중국 어선 선원들의 이 같은 무기 사용이 단속망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하겠다는 '고의성'을 띠기 시작했고, 그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단순 위협 수준에서 벗어나 단속현장 탈출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살상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3월3일 충남 태안군 격렬비열도 남서쪽 102㎞ 해상에서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하던 중 해경 1명이 중국 선원이 휘두른 해머에 맞아 중상을 입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단속에 해양경찰청 소속 특공대까지 투입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목포해양경찰서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국 선원들이 단속 대원들에게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척하다가 이내 포기했는데 요즘은 아예 죽기 살기로 덤벼들고 있어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가 많다"며 "심지어 어선 갑판에 쇠꼬챙이를 꽂아 해경의 접근을 막는가 하면 해경 함정의 진로를 막고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발생할 정도로 포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전북 군산시 어청도 북서방 133㎞ 해상에서는 도주하던 중국 어선이 해경 경비함을 들이받고 단속 해경에게 삽과 쇠파이프를 휘둘러 경찰관 4명이 부상을 당했다.

중국 어선들은 선단 조직화를 통한 무력 행사도 서슴지 않고 있다. 한국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은 보통 10여 척씩 선단을 꾸려 집단으로 저항하거나, 모선을 중심으로 선박들을 밧줄로 묶는 이른바 '연환계(連環計)'를 쓰며 단속에 저항하고 있다. 지난달 제주도 해상에서는 해경 경비함이 불법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압송하려 하자 현장에 있던 다른 중국 어선 25척이 선단을 꾸려 경비함 주변으로 몰려들며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 어선들의 저항은 우리 어선들에 대한 보복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흑산도에서 홍어잡이를 하는 풍련호 백퐁필 선장은 "지난달 12일 흑산도 앞바다에서 홍어잡이를 하는데 갑자기 중국 어선이 오더니 배 옆구리를 들이받고 도망쳐 수리비 등으로 7,000만원이 들었다"며 "중국 어선들이 해적떼처럼 몰려다니면서 어장 길목을 지키고 한국 어선들에게 해코지를 해 중국 배들만 보면 우리 해역인데도 뱃머리를 돌리기 일쑤"라고 말했다.

중국 어선들의 저항이 이처럼 도를 넘어선 데는 자국 어장의 황폐화 등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불법 조업에 대한 우리 정부당국의 미온적 대응이 이들의 포악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어잡이 어민 최한동(72)씨는 "중국의 불법 어로 행위가 끊이지 않는데도 우리 정부는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했다"며 "단순한 단속 강화나 담보금(법원이 판결을 내리기 전 선박이나 압수물을 돌려받기 위해 내는 예치금 성격의 돈) 상향 조정만으로는 갈수록 흉포화하는 중국어선들의 불법 조업을 막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중국 외교부, 해상공안청과 협의ㆍ협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기적인 교류를 통해 자체적으로 불법 조업 어선을 단속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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