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고 있는 가자지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여성들이 공공장소에서 물 담배를 피고, 남자 미용사는 여성의 머리를 다듬는다. 공공장소에서 눈에 띄게 행동하는 젊은 연인에게 결혼 증명서를 요구하고, 상점의 마네킹에도 옷을 걸치도록 하는 등 엄격한 이슬람 규율을 강요해온 것을 감안하면 천지개벽이라 할 만하다.
AP통신은 11일 집권 5년이 지난 하마스가 아랍권의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에서 교훈을 얻어 개방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이벌 정파인 파타 당사 폐쇄, 반정부 정치 활동가 체포, 언론 통제 등 과격한 모습을 보였던 하마스는 최근 파타당을 포함한 야당의 활동을 용인하고 집회도 허용하고 있다. 학기 초 얼굴이 드러나지 않도록 여고생에게 히잡 착용을 의무화 했던 교육부도 이제는 학생 각자의 선택에 맡겼다.
파우지 바르훔 하마스 대변인은 “몇몇 실수가 있었지만 일부 보안 책임자나 열성 당원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어느 누구에게든 아무 것도 강요하지 않는 것이 하마스의 정책”이라고 밝혔다.
온건 이슬람세력인 무슬림 형제단이 이집트와 튀니지, 모로코 등 인근 아랍권에서 득세한 게 하마스의 변신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런던정경대 파와즈 게르게스 중동연구센터 소장은 “뻣뻣하고 융통성 없는 정책으로는 시민을 더 이상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라며 “아랍의 봄 여파로 가자시민들도 변화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기류 변화가 하마스의 전술적 선택인지, 정치적 자유를 확대하는 본질적인 변화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 남성은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곤 해도 하마스를 믿지 않는다”며 “말과 행동은 별개”라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