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틈을 타 대출을 마구잡이로 늘려 온 상호금융조합을 향해 금융감독원이 칼을 빼 들었다.
금감원은 최근 자산이 대폭 늘어난 농협과 신협의 단위조합 50여개를 골라 현장점검을 벌이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이 가운데 20개 조합은 금감원이 직접 조사에 착수했고, 나머지 30여개는 농협중앙회와 신협중앙회를 통해 건전성 감독을 실시할 것을 요청했다. 내년 2월 말까지 실시되는 현장 검사에서 위법 또는 부당행위가 드러나면 엄중 제재할 방침이다.
점검 대상은 대출 관련 규정 이행 여부다. 금감원은 일부 조합이 주택담보대출상품을 판매하면서 최대 70%인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을 지키지 않고 규정 이상으로 돈을 빌려준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사업영역 밖의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는 권역 외 대출은 LTV를 60%로 낮춰야 한다는 규정이 준수됐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금감원이 농ㆍ신협 단위조합에 대한 대규모 검사에 나선 것은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 급증세가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농협 총여신은 2009년 말 139조4,000억원에서 올해 10월 말 183조3,000억원으로 31.5%나 늘었다. 같은 기간 신협 총여신도 23조1,000억원에서 30조2,000억원으로 30.7%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은행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풍선효과가 생긴 것으로 분석했다. 올 들어 7월까지 상호금융조합의 월평균 대출증가율은 0.47%(8,768억원)에 그쳤지만, 은행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8월 이후에는 0.91%(1조7,485억원)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금감원은 대출이 갑자기 큰 폭으로 증가하면 부실도 덩달아 쌓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아래 대출 증가율이 급격히 높아진 단위조합들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출이 단기간에 빨리 늘었다면 심사가 허술하거나 부당하게 이뤄졌을 소지가 있다”며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강조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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