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상득, 홍정욱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은 당내 다른 의원들의 '불출마 도미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상당한 폭의 현역 의원 교체'는 그간 당 쇄신을 위한 필수 과제로 꼽혀 왔지만 그동안 여권 내에서 공론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11일 두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총선 공천 물갈이 논의의 '물꼬'가 크게 터졌다. 당 안팎에서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돼 온 의원들에게 상당한 압박이 될 것 같다.
이날 오후 홍정욱(41ㆍ서울 노원병) 의원이 홀로 불출마 선언을 했을 때까지만 해도 후폭풍을 염려하는 당내 목소리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초선인데다 한나라당 텃밭 출신이 아닌 만큼 다른 의원들에게 영향을 크게 주겠느냐"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약 한시간 뒤 이상득(76ㆍ경북 포항남ㆍ울릉) 의원이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을 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데다 영남 출신의 6선 의원이다. 후폭풍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의 불출마는 영남의 다선 의원들, 그 중에서도 친박계 의원들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다. 수도권의 한 친박계 의원은 "친이계의 기둥인 '형님'이 스스로 물러났는데 친박계 중진들이 버틸 수 있겠느냐"면서 "영남에 공천 물갈이 쓰나미가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친박계 다선 또는 노령 의원 중 대구ㆍ경북에서 4, 5명, 부산ㆍ경남에서 3, 4명, 수도권에서 2, 3명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이들은 대부분 내년 총선 출마 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있지만, 총선이 임박하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자발적 용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영남권 중진 의원 한두명이 '논개'를 자청해 친박계 의원들의 집단 불출마를 유도하는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친이계 다선 의원들도 불출마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쇄신파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대한 책임이 큰 인사들도 알아서 처신해야 한다"며 "이 의원이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이 다시 태어나는 데 밀알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한 것은 박 전 대표가 당을 수습할 수 있도록 친이계가 알아서 물러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쇄신파인 홍 의원의 불출마가 쇄신파의 연쇄 불출마로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 서울의 한 쇄신파 의원은 "쇄신의 진정성을 담보하려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선수, 나이와 상관 없이 당의 위기에 책임을 느끼는 사람들은 불출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전망이 어두운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의 경우 내년을 포기하는 대신 20대 총선을 기약하면서 선도적으로 불출마하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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