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국회부의장을 지낸 6선의 한나라당 이상득(76∙경북 포항 남구, 울릉군) 의원이 11일 내년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쇄신과 화합'을 명분으로 제시했으나 자신의 보좌관이 수억원의 로비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데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공직 인사와 여당 운영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여권 2위자 역할을 했던 이 의원의 '형님 정치' 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또 한나라당 쇄신파인 초선의 홍정욱(41∙서울 노원 병) 의원도 이날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총선이 1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뤄진 여당 의원들의 잇단 불출마 선언은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여권의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정치 전선 복귀를 앞두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활동 공간을 넓혀주기 위해 박종근, 이해봉 의원 등 친박계 일부 중진 의원들의 '자발적 용퇴' 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여권에 인적 쇄신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의 쇄신과 화합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며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대통령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온갖 억측과 비난을 받을 때에는 가슴이 아팠지만 묵묵히 소임을 다하면서 올바른 몸가짐을 가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면서 "다시 한 번 보좌관의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보좌관은 SLS그룹 측으로부터 수억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10일 구속됐다. 당 안팎에서는 이 의원이 불출마를 넘어 의원직 사퇴 등 정계은퇴 선언까지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앞서 홍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 자신의 부족함을 꾸짖으며 18대 국회의원 임기를 끝으로 여의도를 떠나고자 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홍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합의 처리를 촉구하면서 '물리적 충돌시 불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으며, 지난달 22일 한나라당의 비준안 표결 강행 당시 본회의에 불참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 친박계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가 신진 인사 영입 등 과감한 인적 쇄신에 나설 수 있도록 영남권의 친박계 다선 의원들이 먼저 용퇴해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용퇴 대상자로 거론된 박종근(대구 달서갑∙4선) 의원은 "지역구민의 지지가 강한 만큼 총선에 어떤 일이 있어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해봉(대구 달서을∙4선) 의원도 "친박이라고 해서 특혜나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고 항변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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