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완공 예정인 서울 용산의 초고층 건물이 국제적인 논란거리가 됐다. 네덜란드 설계회사 MVRDV가 설계한 이 건물이 2001년 9ㆍ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WTC) 건물을 연상시킨다는 이유에서다.
6일 공개된 이 건물 ‘클라우드(구름) 디자인’은 60층(300m)과 54층(260m) 두 고층 건물의 27~36층 중간지점에서 구름 형상의 건축물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다. 문제는 스카이라운지와 회의장 등이 들어서는 구름 부분. 구름이 건물 양 옆으로 퍼진 듯한 모양을 표현하기 위해 각 공간을 불규칙하게 이었는데 이 모습이 9ㆍ11테러 직후 먼지와 건물 부스러기를 쏟아내던 WTC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9ㆍ11테러로 소방관 아들을 잃은 짐 리치스 전 뉴욕소방서 부소장은 “(건물이) 명백히 거짓말 같아서 믿을 수 없다”며 “테러 희생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없다”며 설계자를 비난했다. 그는 “건물 잔해를 토해내는 WTC 건물과 너무나 똑같다”며 “유명세를 노린 선정적 차원의 설계도”라고 말했다.
논란을 소개한 외신에 대해 ‘보이는 대로 보일 뿐, 설계자의 의도가 중요하다’ ‘한국에서 흔히 보이는 아파트 디자인이다’ 등의 반응과 함께 ‘도대체 무슨 의도로 만든 건물인지 모르겠다’ ‘알카에다보다 더 나쁜 회사’ ‘알카에다 추종자’ 등의 충격적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MVRDV는 9일 웹사이트를 통해 “클라우드 프로젝트가 9ㆍ11테러를 연상시키는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잔 니커 회사 대변인은 “9ㆍ11테러 이미지를 사용할 의도는 전혀 없었고, 설계 과정에서 둘 사이에 어떤 유사성이 있는지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설계를 변경할 계획은 없으며 내년 3월까지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MVRDV는 1993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설립된 건축물 디자인 회사로 클리블랜드, 뉴올리언스, 뉴욕 등 미국 각지의 건축물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한편 이 건물이 들어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총괄기획자인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65)는 공교롭게도 재건되는 WTC의 마스터플랜을 완성한 사람이라고 뉴욕데일리뉴스는 보도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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