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신도시 참누리아파트 입주예정자인 장모(39)씨는 아파트 사용검사(준공검사)가 두 달도 더 남은 7월 인테리어 업자가 아파트에 꾸며놓은 일명 '선모델'(준공 전 인테리어 구경하는 집)을 방문했다. 준공 전에는 안전을 위해 건설현장에 외부인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지만 선모델 업자와 동행하면 무사통과였다. 업자는 선모델 안에 버젓이 사무실을 차려 놓고 입주민을 상대로 영업을 벌였다.
장씨는 11일 "아파트 외벽에 '구경하는 집' 현수막이 여기저기 붙었고, 주말이면 입주예정자 수백 명이 현장에 들락날락했지만 아무도 제지하는 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선모델을 방문해 인테리어 계약을 체결한 장씨는 업체가 대금 3,200만원만 챙기고 종적을 감춘 인테리어 사기(본보 11월 28일자 12면 보도)를 당하는 통에 큰 피해를 입었다.
선모델이 신축아파트 현장에서 횡행하고 있다. 인테리어업계 종사자는 "전국 어느 현장이나 똑같다"며 일부 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엄연히 불법인데도 건설사와 관할 행정기관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주택법은 사업자가 사업계획승인을 받은 설계도서대로 시공을 하고, 준공 전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즉 준공 뒤 개별행위허가를 받아 꾸미는 일명 '후모델'(준공 뒤 구경하는 집)은 법적인 문제가 없지만 준공 전 인테리어를 끝내고 사무실로 사용하며 영업을 하는 선모델은 엄연히 불법이다.
업계에서는 1기 신도시 조성 당시 유행하다 주춤했던 선모델이 최근 수년 사이 급속도로 확산됐다고 말하고 있다. 인테리어 자재를 공급하는 한 업자는 "아파트 150가구 당 선모델 1개가 들어가는 게 요즘 추세"라며 "준공 전 입주민이 참여하는 사전점검이 선모델 업자들에게는 절호의 영업 기회"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자는 "참누리아파트에는 선모델이 10개 정도였던 것으로 안다"며 "선모델 업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영업을 하기 위한 입주자 명단 확보"라고 말했다.
결국 인테리어업자들이 선모델을 짓고 입주자 명단을 확보해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건설사 측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도 건설사 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참누리아파트를 지은 울트라건설의 관계자는 "불법인 줄 알지만 준공이 떨어지자마자 입주를 원하는 경우 인테리어를 미리 할 수밖에 없어 입주자로부터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공사를 허용한다"며 "입주자명단이 어떻게 유출됐는지도 모른다"고 발뺌했다. 수원시 관계자도 "(선모델이) 확인됐으면 조치를 했겠지만 확인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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