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개교한 전교생 28명의 낙도 학교에서 개교 30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대 합격생이 나왔다. 학원은커녕 서점이나 문방구도 없는 섬에서 작은 기적을 이룬 주인공은 김빛나(18)양이다.
김양은 올해 서울대 외국어계열(영어교육학과) 지역균형선발전형에 당당히 합격했다. 김양이 다니고 있는 조도 고등학교는 전남 진도군 진도에서 뱃길로 1시간 남짓 달려야 닿는 조도에 위치해 있다. 3학년 전체 학생은 16명에 불과하다.
초중고를 모두 섬에서 보낸 토박이 김양의 성취 비결은 '노력' 그 자체다. 비바람 치는 날씨에도, 체육대회가 끝난 오후 시간에도, 심지어 명절에도 김양은 학교를 떠나지 않았다. "제 별명이 '의자왕'이에요. 오전 7시에 등교해 자정까지 엉덩이를 의자에서 떼지 않았다 해서 아이들이 붙여준 거죠." 김양 말이다.
올해 수능에서 아깝게 한 문제 틀려 만점에는 실패했지만 김양의 뛰어난 영어실력은 특히 눈에 띈다. 외국어영역 경우 현실적으로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초등학교 때 섬에 놀러 온 서울 친구가 우연히 영어를 하는 것을 봤어요. 얼마나 유창하게 잘하던지 너무 부러웠죠. 그 때부터 교육방송과 아리랑TV, 인터넷 강의 같이 제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어요." 그는 점심 시간에도 헤드셋을 끼고 영어를 듣는 억척 소녀였다고 과거 자신을 회상했다.
김 양의 합격 뒤에는 수험생 엄마, 급식실 아줌마 역할까지 자처한 조연주(46) 담임교사의 노력도 숨어 있다. 지난해 3월 고향인 조도에 부임한 조 교사는 저녁을 거르거나 빵으로 때워가며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제자들을 보고 주방 아줌마를 자처했다. 조씨 등 노력으로 창고가 급식실로 개조되고 섬 출신 독지가와 교사들의 십시일반이 수험생들 저녁밥이 됐다. 조 교사는 "34년 만에 온 고향에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좋은 성과를 내줘 자랑스럽다"며 끝내 말을 맺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김 양의 꿈은 열악한 환경의 학생을 지도하고 도와주는 교사다. "부모님은 물론 친구, 선생님, 섬 주민 모두가 베풀어준 사랑을 하나하나 갚아나갈 거에요."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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