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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보이는 화장실… 장애인 위한 시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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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보이는 화장실… 장애인 위한 시설이라고?

입력
2011.12.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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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안에서 움직이는 게 밖에서 훤히 보인다고 해 깜짝 놀랐어요."

지체장애 1급인 전모(38)씨는 지난 9월 서울지하철 1호선 온수역 여자 장애인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난처한 상황이 됐다. 화장실이 변기가 출입문 바로 옆에 붙어 있는데 문이 반투명 유리라 내부가 밖에 비치는 '누드 화장실'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화장실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통로에 위치해 전씨의 움직임이 불특정 다수에게 그대로 드러나는 상황이었다. 전씨는 결국 장애인자립센터 활동가가 문 앞을 가려줘서야 용무를 마칠 수 있었다.

항의하는 전씨에게 온수역 관계자는 "화장실 내부가 보여야 장애인이 넘어졌을 때 도와줄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표혜령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표는"내부가 보이지 않는 화장실도 안에 비상벨만 설치하면 위험에 처한 장애인을 도울 수 있다"며 "장애인 인권은 고려하지 않은 편의주의 발상 때문에 무늬만 장애인 화장실이 됐다"고 꼬집었다.

전씨는 11일 "이달 초 온수역 측으로부터 출입문에 노란색 시트지를 붙였다는 말을 들었지만, 우리가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는 한 이런 화장실이 더 있을 것"이라며 "장애인의 사생활이나 인권은 침해돼도 상관없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허탈해했다. 실제로 경기 안산 반월공원, 인천지하철 1호선 부평역의 장애인 화장실도 내부가 훤히 보이는 누드 화장실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등록 지체장애인(하체)은 지난해 말 기준 71만여명. 이들 중 절반 이상이 휠체어나 목발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7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하면 장애인은 시설 접근이나 이용에 있어 차별받지 말아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보장 못 받는 것이 현실이다. 겉으로는 장애인 전용 시설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생색내기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수 구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시혜 차원에서 시행되는 법은 장애인에게 도움이 안 된다"며 "장애인을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한다면 장애 감수성을 고려해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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