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세상을 바꾼다. 기술적 진화는 단지 특정 테크놀로지의 발전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관계의 틀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과거 산업혁명이 중세왕정을 무너뜨리고 시민혁명을 촉발시켰듯이, 특히 최근 IT기술의 발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역사적 변화까지 낳고 있다.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IT기술변화가 가져온 2011년의 6가지 핫 이슈를선정했다. 그 중에서도 최고는 사회관계형서비스(SNS)였다
SNS, 정부를 위협하다
아랍의 오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건 뜻밖에도 SNS였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는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시위세력을 결집하고, 독재정권을 압박해갔다. 일부 독재자들은 그런 SNS의 위력을 알아채고 인터넷을 차단하는 '꼼수'를 부리기도 했다.
미국은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 때문에 진땀을 뺐다. 올해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수십만 건의 외교전문에는 각국 주재 미 대사들의 은밀한 정보보고, 미군의 이라크전 및 아프가니스탄전 군사작전 등 민감한 내용이 담겨 관계 당국을 당황케 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각종 선거와 시위과정에서 SNS의 위력이 입증된 상태다.
잡스 없는 애플
애플은 올해 '온탕'과 '냉탕'을 모두 경험했다. 아이폰4S 및 아이패드2의 잇따른 성공으로 아이튠즈 음원 및 애플리케이션 판매수익도 대폭 늘었다. 하지만 잡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가 살아있을 때 가능했던 모든 성과가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가디언은 이와 관련, 애플이 ▦중국 부품 생산 공장의 열악한 근무환경 ▦애플 독자 운영체제(OS)인 iOS의 폐쇄성 ▦유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의 부진 등의 문제에 직면했다면서 "잡스 없는 애플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광속 보다 빠른 IT업계 판도
한 때 스마트폰의 쌍두마차로 불렸던 핀란드의 노키아와 캐나다의 리서치인모션(RIM)은 쓰라린 한 해를 보냈다. 노키아는 하드웨어 생산업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을 거듭, 결국 자체 OS인 심비안을 포기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 OS을 가져다 쓰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여전히 기대이하다. 스마트폰 블랙베리로 한 때 대박을 터뜨렸던 RIM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완전히 밀려난 상태다.
페이스북 버블
언제나 뜨는 분야엔 돈이 몰리고 결국 거품을 야기하는 법. SNS도 마찬가지다. 기업공개를 준비중인 페이스북에는 너무 많은 투자자금이 유입돼 '페북 버블'을 낳기도 했다. 실제로 시장 일각에선 "SNS 업체들의 기업 가치가 너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2000년대 초반의 닷컴버블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IT의 고용 없는 성장
IT업계는 호황을 누렸지만, 정작 일자리 창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부분 기업들이 중국이나 대만으로 이동하면서 해외일자리만 만들어낼 뿐, 미국 내에선 고용창출에 별로 기여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인문학의 부흥
태블릿PC의 등장은 종이책 시대의 마감, 전자책(e북) 시대의 부흥을 예고한다. 많은 책들이 e북 형태로 출간되는 가운데,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고전문학도 디지털화를 통해 재탄생하고 있다. 예컨대 영국에선 시인 T.S. 엘리엇이 지은 가 아이패드의 앱으로 만들어졌는데, 마치 엘리엇이 직접 낭송해주는 것처럼 만들어졌다. 이 밖에도 많은 고전들이 앱을 통해 대중 곁으로 다가가고 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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