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9일 재정지원 제한,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 발표를 거쳐 최종 퇴출 후보군인 경영부실 대학 4곳을 추가 지정하며 부실 사학 청산에 총대를 멨다. 하지만 부실 사학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사립학교법 등 제도적 기반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학이 각종 비리와 전횡을 저질러도 용인하는 사립학교법이 존속하는 한 뒤늦은 감사를 통한 퇴출은 사후약방문식 처방에 그치기 때문이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도 법적 근거가 미약해 부실대학 명단 공개에도 제약이 있는 만큼 자율적 퇴출 제도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책임은 없고 자율만, 유명무실 사학법
사립학교법 제1조에는 '사립대학은 자주성을 확보하고 공공성을 앙양함으로써 사립학교의 건전한 발달을 도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경영부실대학으로 선정된 선교청대의 경우 올해 교비회계 예산 19억7,104만원 중 등록금 수입이 17억원, 국고보조금이 1억8,000만원이었다. 법인 투자는 극히 미미하고 학교운영기금 전반을 학생들이 떠안았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부실 사학이 활개치는 것은 사립학교법이 사학의 자율성만 지켜주고 책임은 요구하지 않은 탓이 가장 크다. 특히 재정지원에 관한 사학의 의무를 법에 별도로 적시하지 않다 보니 등록금을 마음대로 가져다 써도 규제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예컨대 학교의 교직원에 대한 각종 법정 부담금(연금, 의료보험 등)은 반드시 법인이 부담하도록 하는데, 교과부령인 '사학기관 재무ㆍ회계규칙에 대한 특례규칙'에 규정돼 있다 보니 제재 수단이 미약해 은근슬쩍 등록금에서 내는 대학이 수두룩하다.
사학법인 소유의 수익용 기본재산에서 생긴 소득의 80% 이상을 대학에 투자하도록 한 규정도 대통령령으로만 규정돼 거의 모든 대학이 이 기준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수익만 대학에 투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사학이 제 돈은 한 푼 안 쓰고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구조를 사립학교법이 용인하다 보니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사학법인의 재정지원을 의무화하는 책임 조항을 대통령령이 아닌 사립학교법에 신설해 사학 전반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부실 사학이 생길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공립대처럼 상시 감사 필요
교육과학기술부는 행정감사 규칙에 따라 사립대 감사를 하고 있지만 국공립대가 3년 주기로 정기적인 감사를 받는 것과 달리 사립대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이렇다 보니 '사립대학 교과부 감사 수감 현황'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교과부의 종합감사를 받은 사립대는 연평균 8개교에 불과하고 회계감사 역시 지난 5년 연평균 27개교에 그쳤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사립대학 부정ㆍ비리 실태와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설립 이후 종합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사립대학이 4년제 78곳(49.8%), 전문대 59곳(43.7%)에 육박했다. 박정원 상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업률 등 동의하기 어려운 몇 가지 단일 지표로만 손쉽게 줄세우기식 평가에 나서지 말고 국공립대처럼 정기적인 감사로 연속성을 기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실사학 자율 퇴출 유도해야
교과부 장관 자문기구인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퇴출 강제가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부실대학이 자발적으로 해산하도록 퇴로를 열어주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교과부는 문 닫는 사학법인이 공익법인으로 바꿔 재산을 운용토록 하는 취지의 사학법 개정안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립대구조조정특별법 제정안은 한발 더 나아가 재단 설립자에게 잔여 재산 일부를 돌려주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두 안 모두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설립자 및 재단 측을 견제하기는커녕 오히려 특혜를 주는 독소조항이 포함된 법안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상권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는 "사학을 설립자나 재단의 재산이자 사유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재산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사립학교법과 헌법에 비춰봐도 사립학교는 사유물이 아닌 국가의 보조금과 지원금, 숱한 세제 혜택이 투자된 공공재"라며 "잔여재산을 국고에 귀속시키도록 하면서 교육을 담당할 능력이 없는 부실사학, 횡령을 일삼는 비리사학을 즉각 퇴출할 수 있는 방향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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