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는 예산안 처리 기간 중에는 행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없던 항목을 지역구 의원이 억지로 끼워 넣는 이른바 ‘쪽지 예산’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그런데 주로 해당 의원 지역구를 위한 선심성 지출 성격을 지닌 이 쪽지 예산이 미국 의회에서도 광범위한 관행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워싱턴포스트(WP)가 클레어 맥카스킬(민주ㆍ미주리) 상원의원의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특정 의원이 지역구 민원 용도로 요구한 ‘이어마크 예산’이 올 한해 하원 군사위원회에서만 115건에 달했다. 이 상임위 한 곳의 이어마크 예산 총액이 8억 3,400만 달러(9,562억원)에 이르렀을 정도. 맥카스킬 의원은 “이어마크 예산으로 볼 수 있는 항목이 31건 더 있었으나 증거 부족으로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마크 예산 관행은 선수(選數ㆍ당선횟수)나 소속정당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미 의회 안에 퍼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15건 중 공화당 하원의원이 제출한 것이 40건, 민주당 하원의원이 제출한 것이 75건이었고, 이 중 공화당 초선의원도 40건의 민원성 예산을 요구했다.
예를 들어 로버트 쉴링(공화ㆍ일리노이) 하원의원은 지역구인 록아일랜드의 병기창에 연구실 개설을 명목으로 250만 달러를 요구했는데, 이것이 해당 의원 지역구를 위해서만 쓰이는 이어마크 예산의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특히 쉴링 의원은 지난해 선거에서 “투명상 확보를 위해 이어마크 예산 관행을 없애자”며 당선된 공화당 초선의원 13명 중 한 명이라고 맥카스킬 의원은 폭로했다.
맥카스킬 의원은 “(이어마크 예산을 요구한) 많은 의원들이 자신들의 웹사이트에서 관련 자료를 모두 삭제해 버렸다”면서 “상ㆍ하원 법안조정위원회가 이어마크 예산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모든 이어마크 예산 요구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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