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11일 전당대회에서 야권통합에 대한 찬반 표결을 실시했으나 당헌에 규정된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결국 투표 효력에 대한 유권해석을 위해 당 지도부는 표결 직후 전당대회준비위원회와 최고위원회, 당무위원회를 잇따라 소집한 뒤 ‘통합 안건 가결’을 선포했다. 하지만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전당대회 결의를 둘러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당헌상 의결 요건은 재적 구성원의 과반수 출석과 출석 구성원 과반수 찬성이다. 하지만 출석 구성원의 기준을 둘러싸고 통합을 주도하는 당 지도부와 현행 통합 방식에 반대하는 진영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이날 전당대회에서는 전체 대의원 1만562명의 과반(5,282명)인 5,820명이 대의원증을 교부 받았지만 실제 투표에는 대의원의 절반이 안 되는 5,067명이 참여했다.
지도부는 “출석 구성원을 대의원증 교부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의결 요건이 충족됐다고 주장했다. 대의원 753명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의결에 필요한 과반 대의원이 전당대회장에 참석한 만큼 이들의 의사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전국 각지의 대의원들이 전당대회장을 찾은 것은 출석 의사를 갖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들의 투표 불참은 기권이지 불출석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전 원내대표와 박주선 최고위원은 출석 구성원을 투표에 참석한 대의원 수(5,067명)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5,067명은 대의원 과반에 미치지 못해 ‘의결 요건 미달’에 해당한다. 이들은 국회 상임위나 본회의에서 표결에 참여한 의원 수가 재적의원의 과반에 미달할 경우 투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것처럼 전당대회장에 있어도 투표에 불참한 대의원은 출석 구성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투표 종료 이후 최종 집계(총 투표 5,067명 중 찬성 4,427명, 반대 640명)까지 마쳤으나 당헌 해석 논란으로 3시간 50분가량 결론을 내리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결국 당헌ㆍ당규의 최종 해석 권한이 있는 당무위원회가 긴급 소집됐고, 총 67명의 당무위원 중 43명이 참석해 이날 대의원들의 표결이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당무위원회에서도 일부 이의가 제기됐으나 속기록에 남기되,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가결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날 전당대회는 개회 전부터 일촉즉발의 연속이었다. 통합 반대파들은 오전부터 행사장 밖에서 확성기로 지도부를 비판했고, 행사장 주변에는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민주당을 죽인다’ 등 지도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또 통합 반대파 측 한 대의원은 대의원증 발부를 위해 지문 확인을 요구하는 여성 당직자의 뺨을 때렸고 이 과정에서 수십명이 뒤엉키는 몸싸움도 벌어졌다. 일반 당원의 전당대회장 진입을 막는 과정에서 일부 반대파 대의원들이 “시너를 뿌려 버릴까 보다”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정장선 사무총장의 당무위원회 의결 사항 발표를 앞두고는 반대파 대의원 30여명이 단상 위로 난입해 이를 말리는 당직자, 진행요원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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