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공화국'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의 채권발행 규모가 3년 사이 두 배 가까운 283조원으로 늘었고, 가계부채도 900조원에 육박했다는 소식이다. 정부와 자치단체, 민간기업 등을 합친 총부채는 이미 6월 말 현재 3,283조원에 이르러 연내 3,300조원 돌파가 확실해 보인다.
유럽 경제의 불안에서 보듯 공공부문 부채가 국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국민경제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새삼 말할 나위도 없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가계부채다. 늘어나기만 하는 규모도 그렇지만, 저소득층과 비은행권 대출의 급증은 금융위기의 직접적 불씨가 될 개연성이 크다. 가계의 투자나 일시적 자금융통을 위한 채무라기보다 생계 유지를 위한 부채라는 점에서 다중ㆍ악성 채무 비율이 그만큼 높다. 금리 인상 등 약간의 충격만으로도 원리금 상환구조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서둘러 해체해야 할 우리 경제의 뇌관이 아닐 수 없다.
아직 마땅한 대응책은 나오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올 들어 은행권 대출관리를 중심으로 잇달아 내놓은 인위적 압박책은 금융 부실화를 막는 데는 기여했지만, 가계부채를 줄이기는커녕 질적 악화만 불렀다.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짐에 따라 서민가계의 자금 수요는 은행권에서 제2금융권, 대부업체 등으로 떠밀리듯 이동, 신용등급 하락과 금리부담 증가로 가계 부담을 키웠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뚜렷한 경제성장과 효율적 분배로 가계의 부담 능력을 키우는 게 궁극적 해결책이지만,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이 잇따라 하향 조정되는 등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객관적 수치 지표가 중심인 현행 신용등급을 실질 상환능력과 의지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는 범위에서 서민 복지 차원의 부분적 채무 조정책을 논의할 때가 됐다. '부채 폭발'로 경제의 기초체력과 사회 안정까지 잃을지 모른다는 절박감을 정책 당국이 갖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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