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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통합 거부 캐머런, 연정 19개월 만에 최대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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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통합 거부 캐머런, 연정 19개월 만에 최대위기

입력
2011.12.11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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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때문에 영국이 표류하게 됐다”(가디언)

“총리는 영국을 최우선시했다”(데일리메일)

언론은 정반대 제목을 뽑았고 연립정부는 둘로 쪼개졌다. 데이비드 캐머런(보수당) 총리가 브뤼셀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EU 재정통합 강화 방안에 혼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연정 안에서마저 “국제적 고립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11일 영국 언론에 따르면 연정 파트너인 닉 클레그(자유민주당) 부총리는 캐머런 총리의 거부권 행사를 “영국을 고립시킨 행위”라 비난했다. 내각의 일원인 빈스 케이블(자민당) 상무장관도 “영국이 자살골을 넣었다”고 우려했고 익명의 한 자민당 의원은 “총리가 영국을 배신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자민당은 총리의 결정에서 연정 내부 논의가 없었음에도 연정 전체가 합의한 것처럼 비친 것에 분노하고 있다. 자민당은 ▦경제적 고립으로 투자자가 영국을 떠날 수 있고 ▦외교적 고립 때문에 국제사회 영향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에드 밀리밴드 노동당수도 “앞으로 유럽 내 핵심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될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의 결정은 전통적으로 EU에 회의적 태도를 보였던 보수당 안에서는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보수당 2인자인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총리가 EU의 금융거래세 요구를 거부한 점을 들어 “거부권은 (금융산업이 발달한) 영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힘을 실었고 일부 보수당 의원들은 이참에 EU와 영국의 역할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협상해야 한다며 EU 탈퇴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

캐머런 총리가 이번 결정으로 당내 결속을 다질 수는 있겠지만, 정치권 안에서 ‘영국에게 EU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해묵은 논란에 불씨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유럽대륙 문제에서 한 발 떨어져 있으려 했던 전통을 유지할지, 유럽시장을 침체하는 영국 경제의 새로운 동력으로 삼을 것인지 양자간의 선택이다.

가디언은 “보수당과 자민당 연정의 입장 차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영국 중도우파 연정이 출범 19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캐머런이 그의 전임자들이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고립을 자초하며 이번 정상회의 최대 패배자가 됐다”면서 “나폴레옹과 드골마저 실패했던 영국 고립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성공시키면서 그가 최대 승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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