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그랜드슬램 우승을 따내며 2000년대 초반 남자 테니스 무대를 호령했던 마라트 사핀(31)이 최근 실시된 러시아 연방하원(두마) 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8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 보도에 따르면, 사핀은 대문호 막심 고리키의 고향인 볼가강변 도시 니즈니 노브고로드에서 러시아통합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러시아통합당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속한 여당이다.
2009년 11월 현역 프로무대에서 은퇴한 사핀은 운동선수 생활을 마치면 어떤 일을 해야 할 지 오랜 고민을 하다가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엔 정치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몇 달 동안 생각해 본 끝에 나 스스로 그 일(정치)을 원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말미에 사핀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피트 샘프라스(40ㆍ미국)는 "사핀은 20년 후 러시아 대통령이 될 것"이란 말로 그의 정치 입문을 응원했다.
1997년 17세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사핀은 2000년 US오픈 결승에서 당대 최고 선수 샘프라스를 3대 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남자 테니스계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그 해 11월 남자 랭킹 세계 1위에 오른 뒤 2005년 호주 오픈 등 프로테니스협회(ATP) 투어 대회에서 15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서브와 네트 플레이 등 모든 기술에 능했지만 특히 주무기는 백핸드 스트로크였다. 준수한 외모지만 경기장에 자주 라켓을 집어던지는 등 다혈질 선수로도 잘 알려져 있고, 그의 동생 디나라 사피나(25)도 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적이 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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