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사상의 핵심인 인의예지는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입니다."
'유교의 시조'공자의 75대 장손인 쿵샹카이(孔祥楷·73)씨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9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에서 '공자와 동아시아: 위대한 스승 공부자'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2,500여 년 전 공자의 사상은 지금 모든 인류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가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때의 시대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공자의 사상에 흠집을 내려는 사람들이 많다"며 "부모 공경, 형제와의 우애, 친구와의 의리처럼 언제, 어디에서나 보편적인 덕목들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쿵씨는 여섯 살 때인 1944년 중국 국민당 정부로부터 '공씨남종 제75대 봉사관'으로 임명된 뒤 4년 동안 공자의 제사를 주관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49년 공산당인 중화인민공화국 출범 뒤엔 후손으로서의 공식적인 활동이 미미했다. 공산당 집권 후 '봉건주의'를 배척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암암리에 퍼진 탓에 자연스레 공자에 대한 평가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쿵씨는 "'봉건'이라는 단어를 말하면 대부분 보수, 무지몽매, 전제주의, 낙후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당시엔 천자가 제후국을 다스리는 하나의 '국가 관리 방식'이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1시간 정도 진행된 강연에서 그는 공자 사상의 탄생 배경과 공자 사상이 사회 발전에 기여한 점 등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다. "위대한 사상은 특수한 시대에서만 탄생이 가능했다. 공자가 살았던 시대엔 제후국 간의 영토 다툼과 정쟁으로 많은 중소국들이 멸망하는 혼란스러운 시기였기 때문에 여러 사상가들이 나왔고, 이들의 관심도 안정된 사회를 구축하는데 모아졌다"고 했다.
또 "이들 중에서 공자는 에서 묘사한 이상적인 사회, 대동 사회를 위해 특히 '개개인의 수양'과 '능력 있는 관리자'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제유학연합회 이사, 구주대학 공자연구소 소장 등을 맡고 있는 쿵씨는 이날 강연을 마치고 본인이 작곡한 노래를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깜짝 이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대학에선 건축을 전공했지만 시, 소설, 산문 등 다양한 문학작품을 발표하고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한은 공자학원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공로로 그에게 7일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수여한 충남대 측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강연을 들은 중국인 유학생 정림림(22·성균관대 경영3)씨는 "많은 사람들이 공자의 사상을 거창하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실생활에서 우리가 늘 실천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이새하인턴기자 (성균관대 사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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