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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찰, 이러고도 수사권 독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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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경찰, 이러고도 수사권 독립을…

입력
2011.12.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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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박원순 후보 인터넷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9일 일단락됐다. 경찰은 사전 모의 가능성, 윗선 존재 여부 등 배후 의혹에는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한 채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 공모(27)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예상됐던'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이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 스스로도 "실망스럽다"고 밝힌 수사 결과다.

부실한 수사에 대한 질타와는 별도로 한 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경찰이 과연 성역 없는 수사를 벌였는가 하는 점이다. 이 대목에서 경찰 편을 들어줄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낸 정치권과 권력 눈치보기 행태 탓이다.

디도스 공격을 주도한 공씨 등 6명이 선거 전날인 10월 25일 밤 서울 강남의 룸살롱에서 술자리를 갖기 직전, 종로 한정식집에서 있었던 저녁 식사자리 참석 인사들을 경찰이 공개한 과정이 그랬다. 이 자리엔 모두 4명이 참석했지만 경찰은 처음에는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김모(30)씨와 무직인 박모(35)씨 2명만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후 언론 취재로 박씨는 한나라당 공성진 전 의원 비서로 밝혀졌고,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비서 김모(34)씨도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다.

압권은 경찰이 청와대 행정관 박모(38)씨의 저녁자리 참석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마지못해 시인한 대목이다. 경찰은 "인권 침해 우려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피부과 원장, 변호사, 검찰 수사관 출신 사업가 등 다른 참고인들의 신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한 사실을 떠올리면 경찰의 변명은 군색한 수준을 넘어 듣기 민망할 정도다. 지난 2일 공씨 수사 사실이 처음 알려진 과정도 민주당에서 체포 첩보를 입수하고 경찰청에 문의하자 부랴부랴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경찰의 눈치보기 수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다가 정치권을 의식해 사건을 덮었다는 비판을 받는 KBS 도청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에도 경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외쳤다.

눈과 귀는 정치권에 두고 입으로만 국민을 향해 성역 없다고 외치는 경찰의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구태를 벗지 못한 채 수사권 독립을 운운하는 모습이 딱하다.

정민승 사회부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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