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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독주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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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사람/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독주비결은

입력
2011.12.0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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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나'이구백'(이십대의 90%가 백수) 때문일까. 화려한 싱글을 꿈꾸는 것도 아닌데, 이런 저런 이유로 결혼하기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30, 40대의 나이 지긋한 총각들과 능력 있는 골드 미스들이 주변에 흔하디 흔하다.

숫자가 잘 말해준다. 지난해 평균 결혼 연령은 남성 31.8세,여성 28.9세. 10년 전보다 남자는 2.5세,여자는 2.4세 높아졌다. 여성의 경우 2000년에 30대 인구 미혼율이 7%였는데 작년에는 20%로 세 배나 뛰었다. 미혼 남녀 결혼장려가 국책 사업이 돼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렇다면 이 회사가 국가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을 듯하다. 한 달에 약 250쌍, 하루 평균 10쌍의 부부를 탄생시키는 곳이 있다. 작년 한해 국내에서 약 30만 쌍이 결혼했다고 하니, 100쌍 중 1쌍은 이 회사를 거친 셈이다. 12년째 업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중매의 달인'들이 모인 곳, 바로 결혼정보업체 '듀오'다.

결혼정보업은 약 800개 업체가 난립하는 시장이다. 등록만 하면 설립이 가능해 정확한 집계도 쉽지 않다. 듀오는 이 시장에서 1999년 이래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매출 기준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또 유일하게 매출과 성혼 커플수를 공개하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350억원으로 작년 250억원보다 40% 가량 증가했다. 누적 성혼 수는 2만3,500명으로 2위 업체보다 2배 가량 앞선다. 고성장의 비결은 높은 성혼 확률. 회사측에 따르면 회원에 가입하면 4명중 1명은 커플이 된다. 밝히기 꺼려하는 분위기까지 감안하면 실제 성공률이 30~40% 정도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슨 대단한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 7일 서울 강남 본사에서 만난 형남규(사진) 듀오 상담관리 총괄 이사는 "대단한 게 있긴 있다"라며 듀오매칭시스템(DMSㆍDuo Matching System)라는 시스템을 소개했다.

형 이사는 국내 1호 커플매니저. 20대 후반이던 86년 친구 4명과 함께 에코러스라는 국내 첫 결혼정보회사를 창업한 후 99년 듀오에 합류했다. 결혼정보업계의 산증인인 셈이다. 95년 창립한 듀오는 초기만 해도 회원 관리를 수작업으로 했다. 회원들의 가입서를 펼쳐놓고 한 명씩 짝을 맞춰보는 식이었다. 영세한 업체들은 지금도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다 듀오는 99년 수십억 원을 들여 매칭시스템을 개발했다. 이후 5번의 업데이트를 거쳐 2009년 현재의 DMS 5.0버전이 완성됐다. 형 이사는 "회원가입을 할 때 160개의 정보를 기입하는데 이를 기반으로 적게는 10명, 많게는 100명의 후보 이성군이 자동으로 선정된다"고 말했다. 담당 매니저가 이렇게 나온 후보들 가운데 한 명을 선정하는 수(手)매칭이 진행된다. 듀오는 이런 정교한 매칭시스템을 갖춘 곳은 국내에 한 곳도 없다고 단언한다. 때문에 DMS의 구체적인 작동 원리는 사내에서도 1급 비밀이다.

그렇다면 세간에 떠도는 회원 등급표라는 건 따로 존재할까. 형 이사는 "2만7,000여명의 모든 회원을 대상으로 DMS가 조건에 맞는 사람을 선별해준다"며 "회원들의 등급을 따로 매길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연회비에 따라 일반회원(115만원), 노블리스(240만원), 오블리주(450만원)로 나뉘지만 서비스의 질, 즉 매니저의 능력 등이 달라질 뿐 만나는 상대는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회원에게 당신은 몇 등급이라고 하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며 "등급제를 시행하는 일부 회사들이 노이즈 마케팅 차원에서 언론에 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엄격한 회원 관리는 필수다. 애초에 매칭이 힘들겠다 싶으면 과감하게 회원가입을 받지 않는다. 커플매니저 13년 경력의 최은영 상담2팀장은 "예를 들면 무조건 10살 이하의 여자를 만나게 해달라는 등의 실현하기 어려운 요구를 해오는 경우"라고 말했다. 가입 전 상담은 이런 환상을 깨주는 작업이다. 최 팀장은 "상담을 하다 기분이 나쁘다고 박차고 나간 후 '등급이 낮아 가입도 안 된다더라' 등의 얘기를 퍼뜨리고 다니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듀오의 회원 가입서에는 '나는 말수가 많다','나는 일보다는 가정이 우선'등 성격 성향 테스트가 56개나 있었다. 최 팀장은 "160개의 기입사항은 1년 반 동안 회의를 통해 엄선한 것"며 "최근 몇 년 사이에 취미나 기호를 묻는 문항이 대거 추가됐다"고 말했다. 직업이나 학력 외모를 넘어 감성적인 조건들을 따지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 최 팀장은 "키 160cm 정도의 남성에게 매칭이 어려울 수 있다고 솔직히 말했는데 그래도 좋으니 가입해 달라고 하더니 7개월 후 청첩장을 놓고 갔다"며 "외모만 따졌던 게 부끄러웠다"고 회고했다. 이어"요즘에는 스펙 이외의 개인적인 매력까지 잘 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 상대의 직업뿐 아니라 가정 환경까지 따져보려는 것도 최근 달라진 풍속이라고 덧붙였다.

듀오는 최근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진출도 타진하고 있다. 국가가 결혼정보업체를 운영하는 싱가포르의 경우 듀오를 방문해 사업 모델을 배워가기도 했다. 형남규 이사는 "요즘은 길거리에서 헌팅을 하는 남성들도 줄었고, 어머니들끼리 중매를 하는 것도 예전 같지 않아 결혼하기 너무 어려워졌다"며 "미혼 남녀들에게 좋은 만남을 주선해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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