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캔자스주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와 정부의 역할에 대해 국민과 직접 소통을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면서 경제정책의 핵심을 재정적자에서 성장으로 바꿨다. 결국 적자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무엇이 경제를 성장하게 하는가?"
최근 흔한 주장 중 하나는 정부가 규제와 간섭을 강화하고 세금을 늘릴수록 경제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기업,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모든 규제는 경제를 지속적으로 침체시킨다. 공화당 경선주자들이 일제히 주장하는 것은 이런 규제를 혁파해서 경제가 살아나도록 하라는 것이다. 매우 강력한 상황논리이다. 그러나 데이터는 이런 주장이 맞지 않음을 보여준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조사한 국가별 경제 경쟁력 순위에서 미국은 5위를 차지했다. 미국 인구의 5% 수준인 싱가포르와 핀란드 등 작은 나라들이 미국보다 앞 순위에 올라 있다. 세계은행(WB)이 국가별 기업 활성도를 조사해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미국은 작은 나라들에 밀려 4위에 올랐다. WEF와 마찬가지로 이 순위는 몇 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
규제 아닌 경쟁력 약화가 문제
미 기업가정신의 수준을 조사하는 비영리재단인 카우프만 재단은 지난해 미국인 10만명 당 340명이 매달 새로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경기 침체가 일어나기 전인 2007년보다 약간 높아진 수준으로, 지난 몇 년간 크게 바뀌지 않았다. 블룸버그 뉴스는 이 통계들을 검토한 뒤 오바마 행정부가 이전 정권에 비해 특별히 규제를 강화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주 조사한 국가별 국내총생산 대비 세수 비율에서 미국은 30개 국가 중 27위를 차지했다. 현재 미국의 세금은 1950년대 이래 가장 낮다. 그러나 미국의 복잡한 세금 정책은 경제 성장과 경쟁력 제고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쳤다. WB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이 상위 20위권에 들지 않은 유일한 분야는 '세금 납부'다. 미국은 비참하게도 72위에 올랐다. (2008년에는 76위, 2009년에는 46위, 2010년에는 61위였다.) 부패로 이어지는 편법과 각종 공제를 없앤 세금 개혁안을 내놓는다면 경제 성장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세금 정책을 제외한다면 미국은 경쟁력과 기업 활성화 측면에서 크게 떨어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바뀌었나? 답은 명확하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WEF 조사에서 미국의 인프라는 10위권 안에 들었다. 지금은 24위다. 항공은 12위에서 31위로 내려 앉았고, 도로는 8위에서 20위로 떨어졌다.
인적자본의 추락은 더 심각하다. 미국은 세계에서 대학 졸업자가 가장 많은 국가였지만, 최근 OECD 자료에 따르면 지금은 14위로 떨어졌다. 미국 학생들은 보통 다른 선진국들보다 처져 있다. 과학분야의 상황은 더 끔찍하다. 공학기술 학위 보유자는 1989년과 2000년 사이 11% 이상 떨어졌다. 지난 20년간 대학생 수는 증가했지만 공학기술을 전공한 졸업자 수는 89년 8만5,002명에서 2009년 8만4,636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연구개발 분야의 지출을 늘렸지만 지난 20년간 전반적인 흐름은 줄어드는 쪽이었다. 통계로만 본다면 기초과학 분야 연구에 할당된 예산은 50년대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과감한 투자가 미래 성장의 원동력
달리 말하면 지난 20년 간 미국에 일어난 거대한 변화의 핵심은 세금이나 규제 강화가 아닌 기초과학과 인적 분야의 투자 감소다. 투자는 장기 성장의 주요한 원동력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스펜스는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2차대전과 관련한 지출 뿐 아니라 전쟁 기간 동안 극적으로 소비는 줄이고 투자는 늘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적게 쓰고 더 많이 저축하며 전쟁 국채를 사들였다. 민간과 정부가 주도하는 투자 확대는 전쟁 후 성장세대를 탄생시켰다. 다음 세대에 경제가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투자 전략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리=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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