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한미 FTA가 통과된 다음날 외교부 리셉션 홀에서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2001~2008년 남부 수단의 톤즈 마을에서 헌신적인 의료봉사와 청소년 교육활동을 전개한 고 이태석 신부의 봉사정신을 기리기 위해 외교통상부가 제정한 이태석상 시상식이었다. 마다가스카르에서 헌신적인 의료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이재훈씨가 첫 번째 수상자로 선정돼 상을 받았다.
이씨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는 오지로 들어가 현지인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그들의 아픔과 어려움을 보듬어 주는 다정한 이웃이자 친구가 되었다. '부시맨 닥터'라는 별명이 이씨에 대한 현지인들의 애정과 신뢰를 잘 보여 준다고 하겠다.
우리는 역사의 모진 시련 속에서 많은 나라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보았기에 남을 돕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선의로 시작된 지원도 잘못하면 의존성만 길러주고,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것 역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국제 개발협력 분야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는 회의라고 할 수 있는 세계개발원조총회가 지난달 29일부터 사흘 간 부산에서 열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잘 사는 나라가 못사는 나라를 일방적으로 도와주기만 했던 과거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개발협력 방안이 논의되었다고 한다. 일방적으로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진정한 친구로서 가진 것을 나누고, 필요한 것을 찾아서 도와주는 방안들이 이번 회의에서 창의적으로 논의되었다고 하니 더욱 반갑다.
개발협력은 워낙 돈도 많이 들고 지원을 하는 나라와 받는 나라가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번 부산총회에는 전통적인 공여국들과 함께 중국, 인도 등 신흥개도국, 민간기업 등 새로운 개발협력 주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처럼 다양한 개발협력 주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만장일치로 채택된 '효과적인 개발협력을 위한 부산 파트너십'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개발협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60여 년 전 부산은 다른 나라의 원조물자가 하역되던 조그만 항구였는데, 이제 세계 5대 항구 도시로 변신하여 개발협력 역사에 길이 남을 부산 파트너십의 모태가 되었다는 것이 놀랍고 자랑스럽기만 하다. 이런 부산의 모습은 이번 총회에 참석한 많은 개도국 대표들에게 개발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 주었을 것이다. 앞으로 부산 파트너십이 착실히 이행되어 제2, 제3의 부산을 만들어 가는 데 있어 촉매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이번 이태석상 시상식과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등과 같은 일련의 행사들을 통해 우리 국민들도 빈곤, 질병 등 범세계적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우리보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국가들의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영옥 명지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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