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각 정당에서 공천 후보자 기준을 어떻게 정하고 누구를 선정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항상 그렇듯이 여야를 불문하고 공천이 끝나고 나면 공천 탈락자들의 집단항의와 농성과 폭력 등이 난무하고 때로는 법정으로까지 가게 되는 공천 잡음과 후유증이 나타나게 된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현재 이러한 공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 쇄신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민주당 역시 공천 룰 등 핵심 사안에 대해 당내 입장이 쉽게 정리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아직도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그만큼 국민들에게 매력 있는 자리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평소에는 국회의원과 정치인 집단을 그렇게 비난하고 불신하는 사람이 많으면서도 반면에 실제로 그 자리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도 또한 많다는 방증이다.
어느 정도 부와 명예를 가진 사람들이 한 번씩 출마를 생각해 보는 것은 자신의 그때까지의 명예와 직함을 뒷배경으로 지역에 갑자기 나타나서 고향 주민과 악수 한번 하더라도 잘하면 당선될 수 있다는 착각에서 시작된다.
우리나라 국회가 존경과 권위를 점차 잃어가는 것은 바로 이러한 단기적 요행을 통한 당선으로 좀 더 권세를 오래 누려 보려는 어설픈 정치꾼들 때문이다. 현대 대의정치를 이끌어가는 서구 선진 의회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륜을 갖춘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으로서의 정치인으로 구성된다. 그렇게 되어야 효과적인 행정부 견제와 통제는 물론 훌륭한 입법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18대 국회의원 출신 직업을 보면 법률가, 정당인, 공무원 출신이 50.0%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고 반면 기업인, 금융인, 의료계, 문화예술체육계 인사 등은 모두 포함해도 9.2%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문 직업별 편중현상이 극심하여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미국 연방의원의 경우 기업인, 금융인, 법률가, 부동산업자, 농업인 등 다양한 구성으로 전문 직업별 편중현상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과 비교된다.
우리나라는 정당을 보고 대부분 투표하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어떻게 해서든 당선에 유리한 정당의 공천을 받으려고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되고 이 과정에서 공천 뒷거래의 부정부패도 싹트게 된다. 미국의 경우 연방의회 의원들은 소속 정당의 구성원이라는 생각보다 선거 지역구 주민들의 대표라는 생각이 훨씬 더 크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우리와 같은 공천제도 자체도 없지만 중앙당과의 관계에서도 수직적, 종속적이지도 않다.
국회의원은 아무나 출마해서도 안 되고 더구나 아무나 당선되어서도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여․야 할 것 없이 공천 선행 기준으로 부정부패 연루자,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위법 행위자, 국민정서에 심히 반하는 부도덕한 행위자 등은 부적격자로서 공천에서 우선 제외해야 한다.
김용철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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