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괴로워/이경아 지음/도서출판 동녘 발행·264쪽·1만3,000원
한국 사회에서 엄마들은 사업가가 돼야 한다. 사업의 목표는 가깝게는 아이의 성적 향상, 멀게는 아이의 성공이다. 그래서 엄마들은 아이의 공부를 돕기 위해 경제적 물리적 심리적 지적 노동을 모두 기꺼이 감수한다. 심지어 아이의 하루 일과와 동선을 하나하나 기획하고 지원하고 수행하는 매니저 역할까지 자처한다. 그래야 ‘사업’이 잘 굴러간다.
엄마들이 아이 키우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산업현장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체계적인 성과 관리를 해야 하는 비즈니스 과정과 잘 들어맞는다는 게 여성학자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의 분석이다. 엄마들의 노동과 긴장, 정보와 에너지가 들어가 지표화한 결과(성적)가 산출되며, 그 성과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학습시간표를 변경하고 학원을 바꾸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현대적 모성활동을 ‘아이의 성적이라는 수치화한 목표를 위해 조작되는 경영, 관리, 기획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엄마들이 수행 중인 사업의 밑바탕에는 자본주의 경쟁 논리가 깔려 있다. 아이를 사회가 원하는 경쟁력 있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저자는 전국 곳곳을 발로 뛰며 한창 사업중인 엄마, 사업을 거부하고 싶어하는 엄마, 사업에 실패한 엄마 24명을 만났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모두들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가 빨리 뛰어서 가장 먼저 목표점에 도착해 편히 쉬기를 바란다. 그게 경쟁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성공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그렇게 살기를 원하진 않는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그렇다고 경쟁 논리를 부정해버리면 아이는 또 다른 모습의 힘든 삶을 살아가야 한다. 아이가 어떤 삶을 선택하게 이끌어야 할지, 저자는 실제 엄마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있다.
이 책에 뚜렷한 해답이 들어 있진 않다. 하지만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경쟁 논리에 맞서 결국은 삶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제도교육의 획일성을 견디다 못해 손수 대안학교를 만든 엄마도, 남편과 별거한 채 두 아이를 키우며 품앗이 육아법을 전도하는 엄마도, 아이들 공부에만 매진하지 않는다는 가족들의 비난을 뒤로 하고 마을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는 엄마도 우리 주변엔 있다.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다.
최근 대중문화계에 새삼 ‘엄마 열풍’이 불었다. 소설과 영화, 연극, 뮤지컬이 앞다퉈 눈물 쏙 빼는 모성애와 모녀관계 이야기를 선보였다. 우리 곁에는 또 다른 엄마들이 있다. 자녀교육 비즈니스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업가 엄마들 말이다. 얼마 전 한 수험생이 공부를 강요하는 엄마를 살해한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이 책은 엄마가 왜 공부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지, 그 엄마들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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