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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한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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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한 홍준표

입력
2011.12.0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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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취임 5개월 여만에 당 안팎의 잇따른 악재 속에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불명예 퇴진했다.

7ㆍ4 전당대회에서 대표직에 올랐지만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와 자신의 막말 파문으로 흔들렸고, 결국‘디도스 사건’이 결정타가 돼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홍 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가진 사퇴 기자회견에서 “여러분의 뜻을 끝까지 받들지 못하고 대표직에서 사퇴하는 것을 너그럽게 용서해 주길 바란다”며 “평당원으로 돌아가 대한민국과 한나라당의 발전에 한 알의 밀알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어 “모두 힘을 합쳐야만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더 이상 당내 계파투쟁, 권력투쟁은 없어야 한다”며 사퇴 결정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홍 대표는 취임 초 당내 계파 해체와 서민정책 강화 등을 내세우며 의욕적으로 닻을 올렸다. 그리고 실제 복지정책 강화를 표방하는 박근혜 전 대표와 쇄신파 의원들과도 어느 정도 교감을 맞춰나갔다.

그러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주도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패배하면서 탄탄해 보이던 당 장악력에 균열 조짐이 나타났다.

홍 대표는 주민투표 직후 25.7%의 투표율을 기록한 것에 대해 “사실상 승리했다”고 말해 민심과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어진 서울시장 보선에서도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패배했지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이유로“진 것도 이긴 것도 아니다”라고 말해 책임 회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흔들리던 홍 대표에게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비서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은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

이 사건 이후 당의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홍 대표의 대처능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전 최고위원이 7일 동반 사퇴했다. 일부 의원사이에서는 탈당 움직임마저 일었다.

하지만 홍 대표는 의원총회에서‘재신임 카드’를 꺼내며 버텼다. 이후 8일에는 총선 대책과 재창당 로드맵 등이 포함된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친박 진영을 비롯한 당의 모든 세력이 등을 돌리면서 사면초가 상태가 됐다.

막말 논란도 홍 대표에게는 계속된 악재였다. 취임 직후 한 일간지 여기자의 질문에 “그런 거 왜 물어. 너 진짜 맞는 수 있어”라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이후 10월에는 대학생들과의‘타운미팅’에서“이대 계집애들”이라고 말했다가 후에 공식 사과했다. 또 지난달 15일에는 출입기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농담 조로 “아구통을 한 대 날리겠다”고 말해 역시 입방아에 올랐다.

홍 대표의 퇴진으로 측근인 김정권 사무총장과 김기현 대변인, 이범래 대표비서실장도 당직에서 사퇴했다.

홍 대표의 사퇴로 일단 당 서열 2위인 황우여 원내대표가 당을 이끌게 됐다. 황 원내대표는 당장 예산안과 산적한 민생법안들의 처리를 책임져야 하게 됐다.

황 원내대표는 지난 4ㆍ27 재보선 패배 책임으로 안상수 전 대표가 사퇴한 이후에도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7ㆍ4 전당대회까지 당을 이끈 적이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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