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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시 야만의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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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시 야만의 겨울이다

입력
2011.12.0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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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과 쑥을 먹고 100일을 견딘 곰이 여자가 되어 환웅과 결혼해 단군을 낳고 그가 나라를 세워 조선이라 하였다. 이처럼 곰은 건국 신화에 등장할 정도로 우리에게 친숙했다. 침엽수림이 많은 우리 생태가 곰이 서식하기에 알맞았고, 개체수도 많아 더욱 친숙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대한 협약(CITES)'에 반달가슴곰은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로 분류되어 있다.

수생 생태계가 균형 있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수달 또한 일찍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달가슴곰과 마찬가지로 멸종위기에 몰렸다. 자연을 파괴하는 난개발로 서식지를 잃어 군락 집단이 파괴된 것 외에도 모피를 탐하는 밀렵과 밀거래가 수달의 개체수를 현저하게 줄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곰의 웅담과 수달의 모피가 그들의 목숨을 앗아갔듯이, 밀렵으로 인한 동물의 개체수 감소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암 치료나 정력제로 알려진 코뿔소의 뿔은 밀렵꾼들에게 최고의 '상품'이다. 코뿔소의 뿔은 크기에 따라 2만5,000 유로에서 20만 유로로 밀거래 되고 심지어 50만 유로(7억7,000만원 상당)의 고가로 거래되기도 한다. 코뿔소를 밀렵꾼의 손에서 보호하기 위해 뿔을 잘라 내는 슬픈 코미디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이 야생동물의 삶터를 빼앗는 간접 위협이라면, '밀렵'은 그들의 생명을 빼앗는 직접적인 위협이다. 특히 그 수가 적은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에게는 치명적인 행위이다. 밀렵 행위는 자연의 먹이 사슬을 파괴하는 인간의 욕심의 정점에 있다. 돈벌이를 위한 공급적 측면과 보신이라는 맹목적 수요가 결합해 이루어낸 잔인한 인간 탐욕의 합작품이다.

야생동물 밀렵과 밀거래에 대한 무관심 또한 멸종위기의 동물을 위협하는 한 형태이다. 많은 이들이 적극적인 관심과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멸종해 가는 위기종들을 구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이 진행하는 밀렵도구 제거 활동과 정부의 밀렵, 밀거래 특별단속 등이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일차적 노력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야생종이 번식할 수 있는 생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그 서식지 전반의 야생동물에 대한 보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밀렵에 대한 체계적인 대처를 위해 정확한 현황과 실태 파악도 중요하다. 밀렵이나 밀거래가 이루어지는 현장이나 물품에 대해서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도 필요하다.

인간은 자연과 공존하는 것이지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최근의 환경 문제들로 인해 깨닫고 있다. 난개발과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 온난화는 100여 년에 걸쳐 조금씩 쌓여 이제야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밀렵과 밀거래로 인한 야생동물의 멸종도 촘촘한 생태계 사슬을 군데군데 끊어지게 만들 것이고, 이같은 생태계 파괴는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삶에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겨울은 밀렵의 극성기다. 겨울이 되면 동물들이 먹잇감이 부족해 산림의 하부까지 내려오게 되고 이럴 때 촘촘하게 놓은 밀렵꾼들의 올무나 덫에 걸려 많은 멸종위기 동물들이 생명을 잃는다. 야생동물들이 야생이 아닌 야만의 세계로 내몰리는 계절이다. 다시 돌아온 야만의 겨울,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은 과연 올 겨울을 날 수 있을까.

김종택 강원대 수의과대학 교수 ·한국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협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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