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대폭 떨어진 3.7%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7월에 발표된 전망치 4.6%보다 0.9%포인트나 떨어진 것으로, 미국발 금융위기로 연간 경제성장률이 0.3%에 그쳤던 2009년 이후 3년 만에 최저 성장률이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인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상반기 우리 수출의 둔화로 이어져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9일 '2012년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3.8%와 3.7%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전망치 역시 7월 전망한 4.3%보다 0.5%포인트 낮춘 것으로, 전망대로라면 2년 연속 3%대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은 2009년 0.3%로 추락한 이후 지난해에는 6.2%의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최대 성장동력인 수출 성장률이 올해 평균 19.4%에서 내년에는 4.0%로 곤두박질치고, 특히 상반기에는 0.7%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영향으로 경상수지 흑자도 올해 272억달러에서 절반 이상 급감한 130억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수출증가율이 내년 하반기 7%대로 회복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경제성장률은 올해 하반기 3.8%에서 내년 상반기에 3.4%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하반기에 3.8%로 오르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형태를 그릴 전망이다. 유럽 재정 위기의 여파로 내년 상반기까지 완만한 경기둔화 조짐을 보인 뒤 하반기에서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유럽재정위기가 계속될 경우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더욱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상우 한은 조사국장도 "7월 전망치 보다 내년 성장률 전망을 대폭 낮추는 방향으로 수정했으나, 대내외적으로 내년 경기 침체 위험요인이 많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전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혀 성장률 3.7% 달성도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경기가 침체(리세션) 국면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침체는 '전기 대비로 마이너스 성장이 2분기 이상 이어질 때'를 의미하는데, 분명 내년 한국의 분기별 성장률은 마이너스와는 거리가 있어 경기침체로 보는 건 확대해석"이라며 경기 침체국면 진입에 대해서는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성장률 둔화에도 불구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가계의 소득여건이 개선되면서 올해 2.5%에서 3.2%로 증가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4.0%에서 3.3%로 내려갈 것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국장은 "가계는 늘어난 소득을 대부분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7% 하락하는 것은 곧 실질소득 증가로 연결되며 고스란히 소비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주 5일제 수업이 전면 시행되는 것도 민간소비 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설비투자 증가율은 세계 경제여건의 불확실성 증대로 4.5%에서 4.2%로 축소될 것으로 예측했으며, 내년 중 취업자 수는 28만명 늘어나 올해 40만명보다 증가 폭이 줄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실업률은 올해 3.5%와 비슷한 3.4%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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