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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가십 정치' 이제는 그만

입력
2011.12.0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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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난리법석을 피우고 있다. 그 동안엔 여권이면 여권, 야권이면 야권, 어느 한쪽에서 벌어지곤 했지만 지금은 여야 양쪽 모두가 경쟁하듯 요동치고 있다.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기존의 여야 정당 모두가 고육지책을 궁리하는 와중에 아예 새로운 당에 대한 요구도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보도가 심심찮게 끼어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기사로 도배되는 최근 일주일 사이 안 교수에 대한 얘깃거리들이 밑반찬 형태로 나오는 대목이 관심을 끈다. 간추리면 '안철수, 자세히 알고 보면 좀 웃기는 사람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하는 눈치다.

안 원장의 과거(서울시장 선거 이전) 멘토로 알려져 있는 유명 인사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은 대충 비슷하다. 내용인즉 "안 원장은 오세훈 시장이 사퇴를 선언한 직후 스스로 서울시장이 되겠다(혹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굳혔다,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뒤에 아버지로부터 강력한 만류를 받았다, 그래서 그만둬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는데 번복할 명분이 없었다, 때마침 박원순 씨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후보 단일화 모양을 갖춰 사퇴했다" 뭐 이런 식이다.

이미지 폄하 위한 증언 많아져

카이스트에서 서울대로 옮겨와 중책을 맡은 지 얼마 안 돼 서울시장 선거판이 벌어지자 강한 욕심을 드러냈다. 아버지도 모르게 독단적으로 결정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만류하자 쉽게 뜻을 접었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의 엄정함을 모르고 있었다, 출마를 포기하기로 마음을 정해놓고 단일화 이벤트를 했다는 등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다. 안 원장과 함께 자주 모여 회의도 하고 토론도 하는 인사들의 증언이니 사실관계가 크게 다르지는 않을 터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가십(gossip)으로 의도된 메시지를 만들어가려는 행태는 안쓰럽게 여겨질 뿐이다. 우리 사회가 지양해야 할 '가십 정치'를 조장하는 꼴이다.

얼마 전 보도됐던 '안철수-박원순 극비 회동' 소식은 유사한 맥락에서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기자가 모르고 있었으면 극비, 언론이 오판한 일은 이변'이라는 관행(?)을 답습했고, 나아가 두 사람을 이간(?)시키려는 의도까지 다분히 엿보이기 때문이다. 안 원장의 지지 선언으로 큰 도움을 받았던 박 시장은 당선 이후 많은 자리에서 "조만간 안 원장을 만나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할 텐데…"라는 말을 했다. 지난 4일 박 시장이 모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다가 회동 사실을 밝히게 됐다. 사회자가 "안 원장과 만나겠다고 했는데?"라고 묻자 지난번에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널리 알려졌다.

이런 상황을 '극비 회동'이라고 단정했으니 이후 추측성 보도가 없을 수 없다. 회동 4일 후 안 원장이 "제3의 신당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말을 기억하며 박 시장이 말렸기 때문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다. 언론이라면 신당 창당에 대한 박 시장의 평소 발언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보도들은 '극비'라는 말의 음험한 뉘앙스를 살리려는 의도까지 엿보인다.

저의와 의도 숨긴 추측은 비겁

일부는 '안철수 측'이라는 모호한 주어를 꺼내 "안 원장이 박 시장의 설득 때문에 그런 발표를 한 것이 아니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자 '박원순-안철수 갈등?'과 같은 보도들이 이어졌다. '정치권 관계자'라는 주어가 등장, "안 원장의 정치적 결정이 박 시장의 입김에 휘둘린다"며 우려(?)해주는 언급들도 나오고 있다.

명색이 언론의 이름을 내걸었다면 인터넷이나 SNS 속에서 가십이나 추측으로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를 비판하고 폐해를 지적해야 마땅하다. 정면승부를 피한 채 에둘러 공격하여 생채기를 남기려 들고, 가공된 메시지로 숨은 의도를 관철하려 드는 짓은 비겁하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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