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개에 능한 '소신산' 박영훈과 공격이 강한 '돌주먹' 백홍석의 맞대결로 바둑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집중됐던 전통의 기전 제39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결승 5번기가 '끝내기 달인' 박영훈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창과 방패의 대결로 일컬어진 이번 결승 5번기 제1국에서 박영훈이 발 빠른 실리작전으로 먼저 1승을 챙기자 2국에서는 백홍석이 특유의 강펀치를 날려 박영훈의 대마를 잡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동안 무려 16차례나 국내외 기전에서 우승한 박영훈의 풍부한 실전경험과 관록이 빛을 발했다. 올해 처음 명인전 본선에 진출해 박정환 나현 이창호 등 내로라하는 강자들을 차례로 꺾고 어렵게 결승까지 오른 백홍석이지만 큰 승부 앞에서 너무 긴장한 탓인지 자신의 주무기인 강펀치가 번번히 과녁을 빗나갔다.
반면 박영훈은 교묘한 치고 빠지기 작전으로 상대의 공격을 무산시키며 착실히 실리를 챙겨 형세를 유리하게 이끌었다. 결국 3, 4국을 모두 불계승, 종합전적 3승1패로 우승을 확정지으면서 백홍석과의 상대전적도 12승6패로 격차를 벌였다.
이로써 박영훈은 지난달 GS칼텍스배 결승 5번기서 박정환에게 0대3으로 완패했던 아픔을 씻고 2기 연속 명인 타이틀을 보유하게 됐다. 박영훈은 올 한해 동안 대부분의 기전에서 부진했고 오직 명인전과 GS칼텍스배 두 기전에서만 성적이 좋아 결승까지 올라갔는데 상금 액수가 큰 명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박영훈은 대국 후 인터뷰에서 "명인전은 전기 우승자도 본선 1회전부터 출전해야 하는 선수권전 방식이기 때문에 또 우승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첫 본선 출전에서 첫 우승을 했으므로 나와 인연이 있는 대회 같다"며 "앞으로 오랫동안 명인위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2001년 입단 이후 신예기전에서 딱 한번 우승했을 뿐 각종 국내외 기전에서 무려 일곱 번이나 준우승에 그친 불운의 기사 백홍석은 준우승 횟수가 8번으로 늘어났다. 올해만 해도 KBS바둑왕전(상대 박정환) TV바둑아시아선수권(상대 콩지에)에 이어 세 번째 준우승이다. 국내 랭킹 3위 이내 기전에서 준우승하면 1단이 오른다는 한국기원 특별승단 규정에 따라 국내 59번째 입신(9단)이 된 게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이다.
한편 박영훈의 명인전 우승에 앞서 지난 1일 최철한이 천원전에서 우승했고 7일에는 원성진이 삼성화재배서 우승했다. 이제는 어엿한 황소로 성장한 왕년의 '송아지 삼총사'가 1주일 사이에 국내외 타이틀을 하나씩 보유하게 돼 바둑가에 화제가 됐다.
벅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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