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공항철도 철로보수 인부 5명 열차 치여 사망/ 막차 통과전 선로 작업 또 '안전불감 참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공항철도 철로보수 인부 5명 열차 치여 사망/ 막차 통과전 선로 작업 또 '안전불감 참사'

입력
2011.12.09 11:57
0 0

9일 0시29분쯤 인천 계양구 목상동 코레일 공항철도 계양역에서 검암역 방향 1.3km 지점에서 3157호 열차(기관사 김모씨ㆍ39)가 작업 중이던 인부를 치어 5명이 숨지고 한 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번 사고는 2007년 3월 인천공항철도 개통 이후 최악의 사고로, 작업 근로자들이 관제실에 신고를 하지 않고 일을 하다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막차 남았는데 왜 작업을 강행했나

계양역에 일시 정차했다 0시27분쯤 종점(검암역)을 향해 출발한 3157호 열차의 기관사 김씨는 1.3㎞를 가다 80m 앞 철로에서 일하던 7, 8명의 근로자들을 발견했다. 놀란 김씨는 성급히 급제동을 걸었으나 시속 80㎞로 달리던 열차는 관성 때문에 근로자 6명을 덮친 뒤 200m를 지나 멈췄다. 당시 선로 위에서 작업 중이던 이화춘(59) 등 공항철도 협력업체인 코레일테크 소속 직원 5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고, 이용훈(39)씨는 다리를 크게 다쳤다. 선로에서 벗어나 있었던 작업반장 박모씨 등 두 명은 다행히 화를 면했다.

숨진 이씨 등 근로자 8명은 당시 철로 위에서 '동상 예방 치환' 작업 중이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언 수증기가 지반 위로 상승해 선로가 틀어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선로 밑의 언 흙을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본래 이 작업은 막차가 지나간 후 이뤄진다. 막차가 통과하면 종합관제실에서 고압선을 단전한 뒤 무전기로 통보하면, 작업 반장이 작업 승인 번호를 받아 일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날 근로자들은 막차가 통과하지 않은 0시25분께 선로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더구나 이 작업은 4일 전부터 이어져 왔고, 이날 막차도 비슷한 시각에 지나게 돼 있어 베테랑 작업자들이 착각했을 이유가 별로 없다.

코레일테크 관계자는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자 작업을 빨리 끝내기 위해 근로자들이 미리 장비를 옮겨 놓으려 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코레일테크에서 일하는 한 유가족은 "작업반장의 지시가 없으면 절대 작업을 할 수 없다"면서 "작업자들이 임의로 작업했다거나, 열차 통과시간을 착각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인재 가능성 높아

코레일은 이날 사고를 안전수칙을 위반한 인재라고 규정하고 있다. 코레일관계자는 "선로작업을 하려면 작업승인서를 작성한 뒤 승인번호를 받고 작업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작업권한을 갖고 있는 코레일테크가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은 차량을 이용해 사고 현장으로 연결되는 쪽문을 통해 선로에 들어갔다"면서 "승인번호를 요청하기 전까지 이들의 진입 여부는 관제실에서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쪽문은 보통 열쇠로 잠겨 있는데 코레일테크가 열쇠를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쪽문에는 별도의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한 유족은 "쪽문 등 선로로 진입할 수 있는 시설에 CCTV가 없다는 것은 문제"라면서 "만약 불순세력 등이 열쇠를 따고 들어가 국가기간시설 테러를 해도 지금처럼 무책임한 변명을 할지 모르겠다"고 분노했다.

한편 한국노총 측은 "공항철도 측이 하청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원청 업체가 무리한 작업을 요구해도 하청업체가 거부할 수 없어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작업반장 박모씨가 정황을 알고 있다고 보고 박씨를 수사하고 있다.

"효자였는데…" 유가족 통곡

고 추성태씨의 동생 성윤(52)씨는 "형은 원주에 사는 어머니께 매일 아침 저녁으로 문안전화를 드리는 효자였다"며 "이번처럼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목숨을 잃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 정승일씨의 어머니 유순애(72)씨는 '식사를 해 기운을 차려야 한다'는 손주의 말에 "내 아들도 배가 고플 텐데 내가 왜 먹어"라며 식사를 거부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코레일테크에서 일하는 고 백인기씨의 처남 최모씨는 "작업반장이 작업 개시에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 박씨가 사고와 관련해 경찰에서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망자 명단

▦백인기(55) ▦이화춘(59) ▦정승일(43) ▦추성태(55) ▦정덕선(53)

인천=강주형기자 cubie@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