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Ⅰ·Ⅱ/피터 게이 지음·정영목 옮김/교양인 발행·각권 720쪽·각권 3만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이 나온 것은 1899년 11월이지만, 이 책의 속표지에는 1900년 1월에 출간된 것으로 찍혔다. 이 책이 20세기 가장 위대한 책이 될 거라 확신한 프로이트가 책 출간 날짜를 일부러 늦추어 찍었기 때문이다. 진료실에서 상담과 기록, 연구만 할 것 같은 프로이트에게도 이런 면모가 있었던가 싶지만, 사실 그는 탁월한 학자인 동시에 노련한 조직가였고 기민한 정치가였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과 더불어 서구 지성사에 가장 심대한 변화를 일으킨 지적 혁명으로 꼽히는데, 사실 '3대 혁명'을 정의한 사람이 프로이트 자신이었다는 점만 보아도 그렇다. 꿈의>
저명한 역사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인 피터 게이의 <프로이트 ⅰㆍⅱ> 는 이렇게 프로이트의 삶을 다층적으로 재구성한 평전이다. 프로이트처럼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미국에 정착한 저자는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다시 10년 간 프로이트를 연구했고, 정신분석을 역사 연구에 도입한 신선한 연구 방식으로 주목 받았다. 이 특기를 살려 그는 정신분석학을 통해 프로이트의 내면을 분석한다. 이를테면 프로이트가 자신의 환자를 분석한 것처럼 프로이트의 실언이나 실수, 농담에서 프로이트의 내면을 포착해낸다. 평전은 이렇게 분석한 프로이트의 내면과 생활사, 정신분석학의 발전사를 엮은 것이다. 프로이트>
1권은 1865년 프로이트의 출생부터 의학도의 길을 선택한 청년시절, 뛰어난 신경학자에서 심리학자로 변신하는 과정, 1890년대 말 정신분석의 탄생 과정과 1910년 정신분석이론이 정교화되는 시기를 다룬다.
다시 저 유명한 <꿈의 해석> 으로 돌아가자. 독일어 원제는 'Die Traumdeutung'. 우리말로 해몽이란 뜻인데, 무의식에 자리한 정신적 외상을 뜻하는 의학 용어 트라우마의 어원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을 '의식-전의식-무의식'의 영역으로 이뤄진 3차원적 구조로 설명했다. 인간 정신의 심층에 있는 무의식은 의식이 억압하고 배제해 의식 너머 어두운 곳에 묻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인간 내면에 자리한 이 무의식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한다는 것이 프로이트의 주장이었다. 이 획기적 주장은 출간 당시는 물론 지금도 논란의 대상이다. 꿈의>
2권은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부터 나치 독일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1938년 영국으로 망명했다가 이듬해 죽음을 맞기까지를 다룬다. <쾌락 원칙을 넘어서> , <자아와 이드> , <문명 속의 불만> 등 초기 이론의 대대적인 수정 과정과 정신분석학이 종교, 예술, 문화의 분석 도구로 확장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프로이트는 위신과 체면을 중시하는 19세기 빈의 부르주아 사회에서 성적으로 억압받는 여성에게서 히스테리와 신경증이 자주 발병한다는 사실을 임상경험으로 확인했고, 이 강박이 인간의 공통된 숙명이자 문명의 딜레마로 이어진다는 통찰을 얻게 된다. 그가 보기에 계약으로 출현한 모든 사회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욕망을 철저히 간섭하고 제어하는 바탕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이로 인한 불만이 언제든 표출될 수 있다. 양차 세계대전은 이런 생각을 더 확신시켜 주었고, 프로이트는 인간이 사회, 문화 안에서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2권에는 이런 인식의 변화상이 프로이트의 삶과 함께 소개된다. 문명> 자아와> 쾌락>
1988년 출간된 이 책은 2006년 프로이트 탄생 150주년을 맞아 개정됐다. 국내에는 2006년 개정판을 번역해 이번에 처음 나왔다. 인문학과 정신분석에 정통한 저자의 약력과 균형 잡힌 시각이 책의 신뢰성을 높인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