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한 제3국 금융기관은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이란 추가 제재안을 가결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이는 이란과 무역을 중단하라고 전세계에 강요한 것이어서 한국 등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하며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고 있는 우리은행 및 기업은행은 미국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어 곤혹스럽다.
미 상원은 1일 6,620억달러의 국방예산이 담긴 국방수권법안을 가결하면서 이란 추가 제재안을 법안에 포함시켜 의원 100명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민주ㆍ공화당 의원 전원이 찬성해 통과시킨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이란 위협 감축법 등 상원의 추가 제재안을 별도로 논의해온 하원은 상원과 최종 법안을 협의한 뒤 16일 이전에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미 행정부는 9일 의회의 이란 중앙은행 제재 방안이 국제유가 상승을 초래해 이란에 오히려 경제적 이익이 될 수 있다며 재차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정부는 이란에 대해 모든 옵션들을 고려하고 있다"며 의회 조치에 우려를 표했으나, 의회는 행정부 조치가 미흡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한 법안은 오바마 대통령도 거부할 수 없다.
추가 제재안 발효 이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는데 이 기간이 지나면 제3국 금융기관이 이란 중앙은행과 어떤 형태로든 거래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미국 금융기관과의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 미 금융기관과 거래가 중단되면 제3국 금융기관은 달러를 취급할 수 없어 통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없다.
한국은 올해 1~10월 원유 수입의 9.6%를 이란에서 들여왔는데 미국과 공조하기 위해선 당장 대체 수입선을 찾아야 할 상황이다. 연간 약 40억달러에 달하는 이란 수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천안함ㆍ연평도 사태 이후 미국과 함께 대북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 정부가 명분상 이란 제재에 불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 정부는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와 이란 관련 금융기관 및 민간기업 등의 관계자로 태스크포스를 구성,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의 입장을 무시할 수도, 국익을 포기할 수도 없어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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