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모욕죄에 대해 엄격한 처벌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태국에서 태국계 미국인이 국왕을 비난하는 글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8일 실형을 선고 받았다.
30년간 미 콜로라도에서 자동차 판매원으로 일한 조 고든(55)은 몇 년전 자신의 블로그에 푸미폰 아둔야뎃(84) 국왕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2006년 예일대에서 출간한 ‘태국 국왕은 절대 웃지 않는다’는 책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 태국어로 번역한 것.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도 글을 볼 수 있도록 주소를 올렸다.
이 글이 화근이 됐다. 5월 관절염과 고혈압을 치료하기 위해 태국에 입국한 고든은 공항에서 왕실 모욕죄 혐의로 체포됐다. 태국 검찰은 징역 5년형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고든이 유죄를 인정한 사실을 감안해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고든의 변호사는 항소하는 대신 왕실에 용서를 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태국의 트럭 운전사가 왕비 시리키트 키티야카라를 모욕하는 메시지를 보낸 혐의로 20년형을 받았다.
태국 정부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왕실을 모욕하는 글에 ‘찬성한다’는 댓글을 단 것도 범죄로 본다. 왕실 모욕죄는 징역 3~15년형에 처해진다.
왕실 모욕죄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한 시민은 “책을 쓴 사람은 처벌하지 않으면서 그 글을 옮긴 사람만 처벌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벤자민 자와키 국제 앰네스티 아시아 조사관은 “현행법으로는 누구도 처벌받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인권운동가나 정치인들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태국 법원에 왕실 모욕죄로 기소된 사건은 총 480건이며 이중 90%가 유죄판결을 받았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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