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표와 한나라당의 각 세력들이 8일 재창당 추진을 선언함으로써 한나라당의 재창당 작업이 공식화됐다. 하지만 홍 대표의 쇄신안 발표에 대해 당내 여러 세력이 강력 반발하는 등 구체적인 '재창당' 방식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홍 대표가 이날 현 지도체제 유지를 전제로 재창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개혁 성향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 등 쇄신파는 "홍 대표가 물러나는 것이 우선"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쇄신파는 홍 대표 사퇴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할 태세이고, 수도권 범친이계 의원 중심의 '재창당모임'도 "현 지도부는 재창당 준비위를 구성한 뒤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황우여 원내대표도 최고위의 쇄신안 의결 과정에 불참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9일 예정된 최고위에 황 원내대표가 불참할 가능성도 있다.
홍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당내외 인사로 '재창당 준비위'를 발족시켜 한나라당을 허물고 당을 재건축하겠다"면서 "당 이름과 당 구조 등을 백지 위에서 고민해 완전히 새로운 정당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의 정강∙정책 노선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서 성장과 복지가 조화를 이루고 사회정의가 구체적으로 반영되도록 하겠다"며 "한나라당에 씌워진 기득권ㆍ수구ㆍ부자 정당의 이미지를 씻고 젊은이가 희망을 갖는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 대표는 또 "혁명에 준하는 총선 준비를 할 것이며, 현역 의원 전원의 불출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과감한 인재 영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뒤 오픈프라이머리(완전개방형 국민참여경선) 방식의 공천 방침도 밝혔다. 홍 대표는 "대선주자들이 내년 총선 때 전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당권∙ 대권 분리를 규정한 당헌∙당규 개정 방침을 밝혔다.
민본21 소속 의원들도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은 중도보수의 새로운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당을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하고, 비대위가 신당 수준의 재창당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은 "재창당을 위해선 홍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며 이 같은 방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비상한 결단'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수도권 범친이계 의원 10명이 주축이 된 한나라당 '재창당모임'도 이날 회동을 가진 뒤 "재창당 후 국민 뜻에 따라 개혁 공천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전 최고위원을 비롯한 재창당모임 소속 의원 상당수는 당을 해체한 뒤 당 바깥에서 신당 창당을 추진하자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도 재창당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지난 4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나라당도 통합과 화합의 정신을 바탕으로 재창당 수준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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