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체절명의 위기에 휩싸인 한나라당이 위기 해법을 두고 사분오열로 쪼개지고 있다. 하나같이 근원적 변화를 주문하면서도 구체적인 '재창당' 방식,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 등을 두고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각 세력 별로 '비상한 결단' '새 정당'을 공공연히 언급하는 가운데 일부에선 '비박(非朴) 신당' 창당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결국 두 갈래로 분열돼 분당(分黨)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8일 한나라당 내 각 진영에서는 '재창당'이란 용어가 쏟아졌다. 홍준표 대표는 "재창당 준비위를 발족시켜 당을 재건축하겠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홍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쇄신파 의원 모임인 민본21도 "신당 수준의 재창당"을 주문했고, 수도권 친이계 중심의 재창당모임도 "애국 인사 결집을 통한 재창당"을 요구했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최근 "재창당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상태다.
하지만 '재창당'을 둘러싼 해석은 천양지차다. 홍 대표는 자신이 주도하는 재창당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친이계와 쇄신파는 "홍 대표의 리더십은 이미 추락했다"며 신당 창당 수준의 재창당을 요구하고 있다.
'당 해산과 재창당'을 요구하고 있는 재창당모임은 이날 이른 시일 내 재창당을 위한 의원총회나 연찬회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다. 원희룡 전 최고위원은 "노후 건물은 철저히 철거해야 한다"며 이미 '당 해체 운동'을 선언한 상태다. 이와 관련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라디오에서 "원 최고위원이 이달 초 '이르면 1월에 반(反)박ㆍ비(非)박ㆍ쇄신파들이 모여 창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非)박근혜 연합군 성격이 강한 재창당모임엔 여권 대선주자인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의 측근 의원들도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 전면 등판론이 거세질수록 이들의 반(反)박근혜 전선 형성 움직임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친박계가 한나라당을 명실상부한 '박근혜당'으로 만들려고 할 경우 비(非)박근혜 연대 세력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과 손잡고 신당 창당을 모색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본21도 홍 대표 사퇴 등의 프로세스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비상한 결단'을 공언했다. 민본21 소속 일부 의원도 홍 대표의 '버티기'가 계속될 경우 탈당을 결행할 가능성이 있다.
'신당' 수준의 재창당을 요구하는 비박계와 쇄신파도 박 전 대표 역할론을 두고는 입장이 제 각각이다. 원희룡 전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세론'에 기대는 것은 오래 못 간다"는 입장인데 반해 쇄신파인 정두언 의원은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들의 신당 추진 연대 가능성을 주목하면서도 결국 이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