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측근 비리 연루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청와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좌초 위기에 몰린 한나라당 사태로 국정 운영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에서 친인척 및 측근 비리 연루 의혹이 잇따라 터지자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세방학원 김재홍 이사는 영업정지 위기에 처한 제일저축은행 측으로부터 구명 로비를 받은 혐의로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여기에 현 정부 핵심 실세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구속된 이국철 SLS 그룹 회장 측으로부터 2009년 5월 일본에서 술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조만간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은 술접대 사실을 부인하며 이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까지 했었지만 최근 청와대 K 전 비서관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구체적인 주장이 제기됐다. K 전 비서관은 지난주 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앞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 10월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를 받은 혐의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도 지난달 말 이국철 SLS 그룹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청와대는 사안별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는 등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청와대는 김 전 홍보수석 사건 이후 '고위층 비위 종합상황반'을 신설한 데 이어 최근 친인척과 측근에 대한 감찰 기능을 강화하도록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부 의혹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검찰 수사 내용은 사후에나 알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윤옥 여사는 이날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각종 비판과 관련, "매일 욕하는 것을 신경 쓰면 내가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뭐라 그러면 저는 무조건 패스다"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날 전방 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위로한 뒤 인근 군인아파트를 찾아 군인 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하고자 하는 일이 국민에게 도움 되고, 나라에 도움되는 일이면 밀고 나가는 것이지, 누가 욕한다고 신경 쓰면 아무 일도 못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여사의 언급은 인터넷상의 근거 없는 괴담과 비방 때문에 국정에 소신을 잃으면 안 된다는 의미"라며 "인터넷상의 소통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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