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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부과체계 '딴지'… 의료 민영화 수순? 헌재, 재정통합 위헌확인소송 공개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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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부과체계 '딴지'… 의료 민영화 수순? 헌재, 재정통합 위헌확인소송 공개변론

입력
2011.12.0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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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기기도 하다.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를 넓혀 '무상의료'에 다가가야 한다는 복지담론이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 때아닌 "건강보험을 해체해야 한다"는 '의료 시장주의자'들의 주장이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울려 퍼졌다.

8일 오후 4시30분 헌재에서 국민건강보험 재정통합 위헌확인소송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2009년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 등이 "직장인과 자영업자는 건보료 부과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통합운영은 재산권 등을 침해해 위헌이다"고 제기한 헌법소원이다. 직장인은 월급의 일정액을 건보료로 내지만, 지역가입자(자영업자, 은퇴자)는 재산ㆍ소득ㆍ자동차에 점수를 두고 건보료를 부과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청구인 측 대리인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비난을 의식한 듯 "부과체계를 같게 해야 한다는 것이지, 건보를 해체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다가도 "위헌 결정을 내려 주시면…"이라고 요구했다. 경 회장이 헌법소원 제기 당시 기자회견에서 "직장조합과 지역조합의 재정과 조직을 분리하고, 공보험도 민간보험과 함께 다자간 경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서 톤을 낮춘 것이지만, 결국 부과체계를 핑계로 건보 해체를 노리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이해관계인(보건복지부)쪽 대리인은 "청구인들의 주장은 건강보험의 사회연대성을 부정하고, 가난한 자들의 보장성을 낮추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해관계인 측 공술인으로 참석한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는 "지역가입자는 영세자영업자, 고령의 은퇴자들이 많은데 청구인들의 주장은 과거의 조합주의로 돌아가 소득수준, 연령 등에 따라 건보를 분리하자는 것으로 심각한 사회 불평등,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료 부과 방법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정책적 건의로 해결해야지 헌재로 들고 올 문제는 아니다"고 비판했다.

청구인 측 공술인으로 참석한 이규식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보험급여(혜택)가 같으면 보험료 납부 체계도 같아야 한다"며 "국세청 소득자료로 동일하게 부과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박이 쏟아졌다. 이해관계인 측 대리인은 "(은퇴자 등) 지역가입자 중에 소득이 없는 사람들이 50%가 넘는데 이들은 어쩌냐"고 했고, 이상이 교수는 "유럽은 자영업자가 10~15%밖에 안되고 직장인과 소득격차가 없어서 단일 부과체계가 가능하지만, 우리는 수많은 연구를 해왔지만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1인당 보험료가 직장인이 더 많다는 청구인측 주장에 대해서도 이상이 교수는 "가구소득 대비 보험료 비율은 오히려 직장인이 더 낮다"고 반박했다.

특히 이강국 헌재소장 등 재판관들이 "지역가입자 실소득 파악이 안되는 실정에서 소득신고만으로 부과하면 형식적으로 평등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 불평등이 더 심화되니 않겠나" "부과체계가 문제라면 재정통합 법 규정이 아니라, 부과체계를 담은 시행령을 문제 삼아야 하는 것 아니냐" "김종대 신임 건보공단 이사장의 취임사를 봐도 '건보통합이 잘못됐다'고만 하지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더라"는 질문공세를 이어갔지만 청구인 측은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번 소송은 2000년 한차례 같은 소송이 제기돼 기각된 적이 있어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청구인 주장을 지지해 온 김종대 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이 신임 건보공단 이사장에 임명되면서 '정권 차원의 의료 민영화'수순이 아니냐는 의혹이 흘러나오고 있다. 헌재는 몇 달 뒤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건강보험 재정통합이란

1999년 이전에는 특정 대기업 의료보험, 직장인 의료보험, 지역별 의료보험 등 수백 개의 독립적 의료보험조합들이 사단법인 형태로 존재했다. 고소득층이 많은 조합은 재정이 탄탄해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고, 농촌지역 등은 그 반대여서 농민들은 의료보험증을 불태우며 시위를 하기도 했다. 보장률은 40%(현재 64%)에 불과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1989년 국회에서 의료보험조합 통합 법안이 통과됐으나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고, 1999년 김대중 정부에서 통합을 추진해 2003년 모든 국민에게 같은 혜택을 주는 통합건강보험이 출범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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