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외부 활동을 전면 중단한 채 한나라당을 구할 해법을 찾기 위한 장고에 들어갔다. 한 측근 의원은 8일 "박 전 대표의 지시에 따라 일단 내주 초까지 잡힌 외부 일정을 거의 다 취소했다"면서 "박 전 대표는 조용히 혼자 해법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 파문과 당내 일부 쇄신파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 최고위원 3인의 집단 사퇴 등 최근 당의 상황을 총체적 위기로 인식하고 있지만, 자신이 당의 전면에 나설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심은 아직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핵심 측근은 "하루 이틀 만에 즉흥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이번 주말을 넘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고민이 길어지는 것은 고민의 내용이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 등 직책을 맡느냐, 마느냐'의 수준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회복하고 정권 재창출을 이루기 위해 당을 어떻게 바꾸고 이끌어야 할지에 대한 '그랜드 플랜'을 구상 중"이라며 "당의 정체성과 비전 문제, 당과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 등 '한나라당의 길'과 자신의 대권 프로그램 등을 놓고 종합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당에서 박 전 대표가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는 모양새와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측근 인사는 "중요한 것은 박 전 대표가 등판한 뒤 자신의 구상을 실현할 당내 환경이 만들어질지 여부"라며 "박 전 대표가 나섰다가 아무 것도 못하고 상처만 입게 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권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당을 맡을 경우 '봉숭아 학당'으로 비유되는 현재의 집단지도체제로는 안 된다"며 "비대위 등 새 지도부 구성 권한을 비롯한 전권을 박 전 대표가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쇄신파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 소속 의원들이 8일 성명을 통해 '박 전 대표가 비대위 구성과 운영을 주도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은 박 전 대표의 등판을 유도하기 위한 친박계와 쇄신파의 사전 교감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표가 등판을 결심할 경우 그 시기는 연말 또는 연초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는 혁명하듯 홍 대표에게 일방적으로 '나가라'고 할 생각이 없다"며 "당헌ㆍ당규 개정이나 전당대회 개최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치려면 해를 넘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연말 예산국회와 디도스 파문 수습 등을 정리하게 한 뒤 뒤 박 전 대표가 나서는 게 낫다"고 보는 의원들도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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