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에 사는 주부 윤모(33)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07년 황금돼지의 해에 낳은 5세 아들을 두고 있다. 내년에 아이를 근처 구립유치원에 보내려고 하는데, 아이들이 워낙 많아 바늘구멍이 됐기 때문이다.
2006년 쌍춘년과 2007년 황금돼지의 해는 바닥으로 치닫던 출산율이 급등했던 시기.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출생아 수 43만5,000명으로 역대 최저치였지만, 쌍춘년이었던 이듬해엔 44만8,200명으로 늘었고 황금돼지의 해인 2007년에는 49만3,200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쌍춘년엔 결혼하면 좋다'는 속설로 인해 2006년에는 실제로 혼인을 올린 커플이 크게 증가했다. 이어진 2007년에는 '황금돼지의 해에 태어난 아이는 부자가 된다'는 소문이 펴져 출산율 급등으로 이어졌다. 윤씨는 "미신을 꼭 믿은 건 아니지만 어차피 낳을 거라면 이왕이면 좋은 해에 낳는 게 낫다 싶어 아이를 출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때 태어난 아이들은 평생 치열한 경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꺼번에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는 바람에 유치원 입학부터 대학입시, 나중에 취업과 승진까지 남들보다 높은 경쟁률 속에서 살아가야 할 형편이다.
윤 씨는 "아이가 나중에 경쟁에 시달릴 걸 생각하면 때론 괜한 짓을 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