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8일 당내 대선주자들이 내년 총선에서 실질적으로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당헌ㆍ당규 개정과 현역의원 전원의 불출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내용 등이 포함된 당 쇄신안을 제시했다.
홍 대표가 이날 제시한 쇄신안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대선 1년6개월 전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당헌ㆍ당규 개정 의사를 밝힌 부분이다. 이는 위기에 처한 당을 구하기 위해 내년 총선 때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지도부를 구성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당권-대권 분리를'대선 1년6개월 전'에서'대선 6개월 전'수준으로 완화할 경우 재창당 작업 이후 박근혜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등 당내 대선주자들이 당권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유력 주자인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서 당을 이끌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홍 대표는 이와 함께 내년 총선과 관련, "혁명에 준하는 총선 준비를 하도록 할 것"이라며 "현역 의원과 당협위원장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고 선수(選數)에 상관 없이 지난 4년간 의정활동과 조직활동으로 전원 재심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심사위원회는 전원 당외 인사로 구성하고 이러한 내용을 다루기 위한 총선기획단을 예산국회 직후 발족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재창당 시나리오와 관련, "곧 당내외 인사로 재창당 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 14년 전통의 한나라당을 허물고 당을 완전히 재건축하겠다"며 "이름과 당 구조 등을 백지 위에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그러면서 "당의 정강과 정책, 노선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성장과 복지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한 정책쇄신기획단 발족 방침도 공개했다. 또 "한나라당과 사실상 노선ㆍ정책이 거의 같거나 함께 할 수 있는 제 세력을 모아 범여권 대동단결을 추진하겠다"며 범보수 통합에 나설 뜻도 내비쳤다.
홍 대표가 쇄신안을 제시한 배경에는 지금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재창당 작업을 통해 대선주자 등 당내 대주주들이 전면에서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총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재창당이란 고강도 개혁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표 퇴진 요구에서 벗어나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도 있다. 7일 동반 사퇴한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전 최고위원과 쇄신파 의원들 사이에서 지도부 교체 압박이 거세지자 이런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한 '반전 카드'가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쇄신안이 실제 당내 다수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상당수 의원들은 "쇄신 방안이 중요한 게 아니라 홍 대표의 퇴진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친박계에서도 홍 대표의 조기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어서 대표직 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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