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대표직 사퇴 요구를 거부하고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일부 쇄신파 의원들의 탈당 및 신당 창당 추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쇄신파 초선 의원 모임 '민본21'은 8일 홍 대표 퇴진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요구하는 최후 통첩에 나섰지만 홍 대표가 이를 수용하지 않아 이들이 탈당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민본21 소속 의원 10여명은 7일 밤 9시부터 8일 새벽 2시까지 마라톤 회동을 갖고 당 쇄신 방안과 향후 진로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단순한 리모델링 수준의 개혁이나 홍 대표의 현재 상황 인식으로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김성식 정태근 의원 등 2, 3명은 "탈당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다른 의원들이 강력히 만류했다. 결국 참석자들은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신당 수준의 재창당을 추진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들은 성명서에서 "당의 변화와 쇄신의 방향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경우 비상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탈당 결행 가능성을 열어 놨다. '비상한 결단'의 의미에 대해 김 의원은 "당 밖에서라도 중도보수의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당 밖에서라도 쇄신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에 나설 만큼 비상한 결의를 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 모임에 소속된 권영진 의원도 "당내 혁신 과정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탈당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며 "이 상태로는 탈당 사태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만일 당내의 재창당 작업이 지지부진해지고 쇄신파 의원 일부가 탈당할 경우 쇄신파와 범친이계 의원들의 연쇄 탈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은 이달 중순까지 비상대책위 출범 여부 등을 지켜본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그때까지 민본21의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쇄신파 일부 의원이 탈당해 '건강한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란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들은 심야회동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쇄신 작업을 진두지휘하되, 박 전 대표도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일부 의원은 "박 전 대표 스스로 당의 대선주자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각오로 쇄신을 이끌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의 불출마 선언을 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별다른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민본21이 발표한 성명서 내용에는 남경필 전 최고위원과 정두언 의원 등도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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