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의 한 고등학교를 다니는 김모(19)양은 요즘 부쩍 짜증을 잘 낸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잘 봤다고 생각했는데 지난달 성적표를 받아보니 생각보다 점수가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김양은 "수능 때문에 하고 싶은 것도 다 미뤘는데 너무 화가 난다"며 "그래선지 얼마 전엔 친한 친구와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능 성적이 나온 뒤 후유증을 앓는 사람이 많다. 잠을 설치거나 주변 일에 흥미를 잃고 괜히 우울해지며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가 난다면 수능후유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김어수 연세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는 "자신을 가치 없는 사람으로 여기거나 죄책감까지 느끼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증세가 심해지면 가출, 폭식, 무단결석 등 폭력적 행동이나 음주, 흡연 등 일탈행동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수능후유증은 성적이 떨어진 학생만 앓는 게 아니다.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은 기분이 지나지게 들뜨는 조증을 앓을 수 있다. 또 1년간 시험 준비에 매달리다가 수능이 끝난 후 목표를 잃어버린 것 같은 허탈감과 공허함에 시달릴 수도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별 일 아니라고 무관심하거나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태도는 둘 다 피해야 한다. 아이가 방황하는 그 모습까지 포용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속상할 필요 없다는 식상한 위로보다는 자녀가 실제 어떤 것을 억울해하고 아쉬워하며 자책하는지 충분히 들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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