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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수로 발견된 백제 주거지 이전 복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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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수로 발견된 백제 주거지 이전 복원 논란

입력
2011.12.0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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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수로를 갖춘 고대도시 유적에서 발견된 백제 주거지를 이전 복원하라는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에 비판이 높다. 백제학회 등 역사학계가 제자리 원형 보존을 요구하는 공문을 문화재청에 보내는 등 반대 여론이 일자 문화재위원회는 23일 회의에서 이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문제의 유적이 확인된 곳은 충주 탑평리 일대, 신라의 9주 5소경 중 국원소경(國原小京ㆍ통일신라의 중원경)이 있었다고 추정되는 지역이다. 충주 일원은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의 각축장으로 탑평리 주변에는 중원고구려비(국보 205호), 중원탑(국보 6호) 등 삼국의 주요 유적이 남아 있다. 2013년 세계조정경기대회 경기장이 들어설 곳이기도 하다.

2008년부터 탑평리 유적을 조사해온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의 11월 발표에 따르면, 여기서 발견된 수로는 폭 5.3m 깊이 1m에 지금까지 확인된 길이만 600m에 달해 국내 발굴 사상 가장 크다. 전체 조사 대상 면적 38만㎡ 중 2만㎡만 발굴된 상태여서 조사를 더 하면 더 큰 규모로 드러날 수도 있다. 백제 최상위층의 집 구조인 呂(여)자 꼴 140㎡의 대형 집터를 비롯한 백제 주거지, 구들을 놓은 신라시대 움집 등 집터 수십 기와 고구려 백제 신라의 토기, 고대 제철 유구도 확인됐다. 같은 장소에서 삼국 유물이 모두 나온 곳은 여기뿐이다. 충주 지역에서 백제 유적이 이만큼 크고 확실하게 드러나기도 처음이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탑평리 일대가 중원경일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는 11월 25일, 수로는 제자리에 원형 보존하되 백제 주거지는 이전 복원하라고 결정했다. 조정경기장 시설인 보트하우스를 지을 곳이니 옮기라는 것이다.

역사학계는 문화재 보호에 앞장서야 할 문화재위원회가 거꾸로 파괴를 허용했다며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백제학회, 한국고대학회, 한국상고사학회, 한국고대사학회는 7일 문화재청에 공문을 보내 백제 주거지를 원형 보존하면서 건물을 짓는 방안을 찾아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학계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문화재위원회의 이번 결정은 앞서 전문가 검토회의와 매장문화재 평가회의 권고를 뒤집은 것이어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매장문화재 평가회의가 내린 평점은 94.23점으로 제자리 원형 보존에 필요한 74.31점을 훨씬 웃돌았다. 충주시도 건물을 조금 옮겨 짓거나 땅에서 띄워 기둥 위에 올리는 공법을 써서 유적을 제자리에 보존할 것을 이전 복원 방안과 나란히 제시했다.

그런데도 문화재위원회는 탑평리 일대가 중원경임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전 복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위원회 매장문화재분과 위원장인 고고학자 지건길씨는 “논란 끝에 이례적으로 투표까지 해서 나온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참석한 위원 10명 중 유일하게 원형 보존을 주장한 그는 “이전 복원으로는 이 지역의 역사성을 살릴 수 없고 기존 사례로 보건대 관리가 잘 안 돼 파괴될 것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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