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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바마의 '신국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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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바마의 '신국가주의'

입력
2011.12.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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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26대 대통령 시어도어 루스벨트(재임 1901~1908년)는 공화당 혁신파를 이끌고 정치사회 개혁에 앞장섰다. 당시 미국은 전통적 개인주의와 자유방임주의가 급속히 발전한 산업자본주의와 결합, 독점적 기업집중과 금권 정치, 빈부 격차 등의 폐해가 두드러졌다. 점진적 개혁으로 자본주의 모순을 해결하려는 혁신주의(Progressivism)가 등장한 배경이다. 뉴욕 경찰청장 시절 정치부패 척결에 힘쓴 루스벨트는 스퀘어 딜(Square deal), 공평정책을 내세워 악덕기업 규제와 노동자 보호에 힘썼다. 건강한 자본주의에 긴요한 중산층 육성이 목적이었다.

■ 러ㆍ일 전쟁의 평화협상을 중재한 공으로 19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루스벨트는 퇴임 후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을 즐겼다. 그러나 후임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의 정책 노선을 놓고 공화당 내 갈등이 커지자 정치에 복귀, 1910년 8월 캔사스주 오사와토미에서 유명한 연설을 한다. 여기서 그는 자본주의의 근간인 개인의 재산권보다 국민의 복지가 중요하다고 선언한다. 또 강력한 연방정부만이 부도덕한 기업과 정치를 규제, 사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며 '신국가주의(New Nationalism)'를 천명한다.

■ 루스벨트는 자유방임주의를 벗어난 신국가주의를 20세기 미국이 나아갈 길로 제시했다. 이어 1912년 대선에 현직의 태프트와 민주당의 우드로 윌슨에 맞선 제3당 후보로 출마한다. 그는 국민의료보험과 사회보험, 상속세 도입, 8시간 근로 등 개혁 정책을 내세웠다. 그러나 핵심 공약은 "기업 이익이 정당을 지배하는 금권정치 청산"이었다. 이 때문에 보수세력은 사회주의, 전체주의 또는 파시즘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태프트를 제쳤으나'새로운 자유(The New Freedom)'를 주창한 윌슨에 졌다.

■ 오바마 대통령이 6일 오사와토미에서 소득 불균형과 중산층 몰락 등 정치경제적 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의 적극 개입을 선언했다. 오바마는 56분의 긴 연설에서"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불평등이 미국과 민주주의를 해치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 등 미국적 가치 회복을 강조했다. 또 사회적 약자 보호와 부자 증세를 다짐했다. 언론은'재선을 위한 변화'로 보지만, 진보 정치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는"새로운 신국가주의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루스벨트와 같은 근본적 개혁을 망설이던 오바마는 마침내'거대한 적'과 정면으로 마주섰다는 관측이다. 미국과 오바마의 처지는 그만큼 절박하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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