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부정 발급, 회계 비리와 같은 재외공관 비리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19개 재외공관과 사증발급 관련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자격조건이 안 되는데도 비자를 발급하도록 부당 지시한 공관이 12 곳에, 부당 발급건수는 436명이나 됐다. 공관원들의 기강해이와 허술한 감독을 틈타 비자 알선업체들의 부정이 기승을 부리고, 공금 횡령 등의 회계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비리가 적발된 주중 대사관 총영사 등 3명은 정직, 사증 담당 영사 5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중국에 주재하는 한 총영사는 친척의 부탁을 받고 신원이 불확실한 9명에 대해 비자 발급을 해주도록 담당 영사에게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비자를 받아 한국에 입국한 9명 중 7명이 불법체류 중이다. 홍콩총영사관의 비자담당 영사가 예술행사증을 발급해 준 필리핀인 128명 가운데는 57명이 불법체류하고 있다. 자격이 안 되거나 입국 금지자들까지 끼워 넣어 비자를 줬으니 탈이 안 나면 오히려 이상하다.
주 우즈베키스탄 한국교육원장이 수시로 공금을 인출해 개인용도로 쓴 것과 같은 횡령 사례는 고질화한 비리다. 감사원은 거의 매년 다른 지역의 문화홍보관, 한국교육원 등에서 비슷한 사례를 적발해왔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들을 감독하고 통제해야 할 현지 공관장들이 무관심하거나 내부 통제에 소홀하니 제대로 감독이 이뤄질 리 없다.
해외 현지에서 대한국민을 대표하며 국익과 재외국민 권익 보호 임무에 매진해야 할 재외공관에서 각종 비리가 일상화하고 있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 외교부는 지난해 상하이 총영사관 스캔들 등을 계기로 기강 확립을 위한 뼈 깎는 노력을 다짐했다. 재외공관 평가 및 기강 관리를 위한 평가전담대사 운용 등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 그럼에도 재외공관의 각종 비리가 여전한 것은 이런 노력이 말에 그쳤을 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외교부가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정말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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